공통분모 많은 한중일…연극으로 분석한다

서울 두산아트센터서 4~7월 연극 ‘인인인 시리즈’ 공연

  • 입력 2010.03.19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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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은 다른 듯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언어나 사상, 생활방식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공유하는 정서는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따라서 세 나라 중 한 나라에서 발생한 사회현상은 그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나라의 과거이자 미래이며 동시에 현재이기도 하다. 예컨대, 현재의 한국은 중국에서 과거의 모습, 일본에서 미래를 모습을 엿본다.

두산아트센터가 4월부터 7월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펼치는 연극 ‘인인인 시리즈’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다르면서도 같은 고민을 다룬다. 각국을 대표하는 연극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각 현대사회의 단면을 살피고 이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이 공존 또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인인인 시리즈’를 기획한 김요한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는 18일 “2010년이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정체성과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분기점이자 출발점으로 생각했다”며 “한국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는 중국과 일본이 고민하는 이 시대의 모습도 같이 담아내면 좋을 것 같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 연극 ‘코뿔소의 사랑’이 시리즈의 스타트를 끊는다.

중국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 랴오 이메이(廖一梅)의 대표작으로 4월6일부터 5월2일까지 공연된다. 1999년 초연된 연극으로 꾸준히 업그레이드되며 재공연한 작품이다. 중국 젊은이들의 사랑을 소재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점점 고독해지는 중국인의 내면을 그렸다.

음악과 영상이 상당 부분 사용되는 연극으로 이번 무대에는 2008년 버전이 오른다. 감독은 연극 ‘철로’, ‘신의 아그네스’ 등의 박정희 연출이 맡는다. 연극배우 최광일, 김지성, 신덕호, 황정민 등이 출연한다.

박정희 연출은 “중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현대 연극의 획을 그은 작품”이라며 “자본주의와 서양문화가 유입된 후 중국인들이 겪은 혼란을 다룬다”고 전했다.

“코뿔소라는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가족주의를 얼마나 잘 녹여내는지가 관건”이라며 “중국 음악이 많이 삽입되는데 한국적으로 편곡을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중국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연극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5월11일부터 6월6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현대연극 경향을 주도하는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으로 히키코모리, 이지메 문화 등을 다룬다.

일본인들이 모여 사는 말레이시아의 리조트가 배경이다. 은퇴 이민 온 장년 부부,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통해 일본의 사회병리 현상과 인간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감독은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의 박근형 연출이 맡는다. 연극배우 최용민, 예수정, 서이숙 등이 함께 한다.

박근형 연출은 “말레이시아에 사는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령화 등 서서히 우리가 겪어야 문제들을 말하고 있다”며 “사회문제의 현상들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잠 못드는 밤은 없다’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현실을 그려낸다. 거칠게 극을 이끌어가는 평소의 박근형 연출 스타일과 다소 다르다.

김요한 프로듀서는 “가족의 해체 등을 다룬 작품인데 그런 문제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연출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박근형 연출 역시 한국 연극판에서 가족문제에 대해 고민해온 분이라 잘 풀어 가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 시리즈를 위한 창작극 ‘인어도시’다. 죽음을 소재로 노인, 가족, 빈부의 차, 자살 등 한국의 병리적인 현상을 다룬다. 연극 ‘락희맨쇼’, ‘오빠가 돌아왔다’의 고선웅 연출이 극·작을 담당한다. 시놉시스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고선웅 연출은 “사실적이기 보다 허무맹랑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인어공주라는 것은 반인반수의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전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중이지만 예쁜 인어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김요한 프로듀서는 박정희·박근형·고선웅 감독을 시리즈의 연출자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서 “중국과 일본 작품의 경우 극을 단순하게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인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연출자가 누구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제일 먼저 떠올렸고 제일 먼저 접촉했던 분들이 흔쾌히 수락해줘 기뻤다”고 밝혔다.

‘인인인 시리즈’는 전석 3만원이다. 세 작품을 묶은 패키지를 구입하면 5만8000원에 다 볼 수 있다. 02-708-500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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