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삼성…선제투자 ‘봇물’

이건희 복귀 후 반도체·연구개발투자 등 26조 쏟아

  • 입력 2010.05.24 00:00
  • 기자명 유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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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위기’를 부르짖으며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3일로 복귀 두 달을 맞았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 이후 삼성에서는 굵직굵직한 투자 건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마다 이건희 회장이 던진 화두 역시 화제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자, 삼성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이 복귀하면서, 삼성그룹에서 굵직굵직한 투자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재계는 투자의 내용 및 수준을 보면서 “이건희 회장만이 내릴 수 있는 최고수준의 의사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계열사 사장단 수준에서는 쉽게 내릴 수 없는 결단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반도체 11조원, LCD 5조원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 8조원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의 올해 투자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26조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이건희 회장은 이날 오후 12시께 경기도 삼성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화성사업장 메모리 16라인 기공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특히 기공식 직전 직접 직원식당을 찾아 직원 대표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지난 11일 삼성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 및 헬스케어 신수종 사업에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에서다.

이날의 결정은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첫 공식업무였는데, 그것이 신수종 사업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그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0’에서 삼성의 신수종 사업에 대해 “아직 멀었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지난 14일에는 삼성전자가 올해 전략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3D TV의 콘텐츠 관련 협력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3D 콘텐츠가 전무한 상황에서 하드웨어(삼성전자) 및 방송장비(아바타 촬영팀), 소프트웨어(SM엔터테인먼트) 진영 간 협력은 유의미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과의 24일 회동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글이 지난 21일 ‘구글TV’라는 ‘스마트TV’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TV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TV용 앱스토어인 ‘삼성앱스’를 여는 등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5월 11일 신수종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지금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이러한 시기에 투자를 더 늘리고 인력도 더 많이 뽑아서 글로벌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5월 17일 메모리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서)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이래 던진 화두는 대략 한 가지로 수렴된다. 그것은 ‘선제투자’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만 보고 가자”며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복귀 이후 주로 경영에 관한 발언만을 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으로서는 미답의 영역에 도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며 “그간 빠르게 뒤쫓는데 익숙했던 삼성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복귀 전인 지난 2월 5일 ‘호암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며 ‘정직’이라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상대적으로 그간 자주 노출됐던 계열사 사장들의 행보는 뜸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그간 삼성전자를 대표했던 최지성 대표이사 사장은 이 회장 복귀 직후인 지난 4월 1일 사내방송을 통해 언론에 모습을 보인 이후 외부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삼성그룹의 정례 사장단모임인 수요 사장단회의가 공식출범한지 2년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건희 회장이 참여하지 않는 사장단회의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정례 사장단회의를 주재하진 않을 것이지만, 필요에 따라 사장단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결국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건희 회장이 주재한 회의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재계의 시각에 더욱 힘이 실린다.

실제 이건희 회장 복귀 이후 사장단회의에서는 각계의 석학이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것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거 수요 사장단협의회는 ‘수요회’라고 불리며, 계열사 사장들간 정보를 교류하고, 최신 동향을 공부하는 임의모임 성격이 강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수요 사장단협의회의 역할이 과거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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