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구백’과 ‘십장생’이 웬말

  • 입력 2006.07.05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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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이란 말이 나돌더니 이젠 한술 더 떠 ’이구백’과 ‘십장생’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십대 90%가 백수이고 10대도 장차 백수 생각을 해야 하는 처지를 비꼰 말이다. 단순한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결코 웃고 넘어갈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해 준다. 바늘 구멍보다 좁다는 취업전선은 젊은이들의 꿈마저 앗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5·31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정권을 내놔야 할 정도로 비참한 패배를 당한 가장 큰 이유도 경제문제였다. 국가경영의 근본은 국민들을 배부르게 하는 일이다. 지금 형편은 어떤가. 들리는 소식은 모두 비관적이다. 100대 기업의 CEO 93%가 정부가 밝힌 올 5% 성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앞이 안보인다는 말을 하고 있음에 국민들은 넋을 잃고 있다. 경제단체 대부분도 하반기수출이 심상찮다고 말하고 있고 괜찮은 일자리가 14만개나 줄어 들었다니 정부의 생각과 국민이 직접 느끼는 체감경기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뒤늦게 여당이 ‘경제에 매달리겠다’고 했지만 정부와 엇박자를 이루고 있어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레임덕을 걱정하여 자신의 측근을 요직에 앉히는 오기정치로는 민생을 다독이기에는 역부족임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다.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뜻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대통령 마음대로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황당하다.

중소기업에 취직만 해도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그렇게 하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도 시원찮다. 경제에 올인해서 더 이상의 참담한 조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참여정부의 책무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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