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상하이 보고서

  • 입력 2006.07.05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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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관계로 방문한 6월말 상하이는 더위와 짙은 습기가 함께 하고 있었다. 푸동공항에는 중국이 최첨단으로 자랑하는 자기부상열차가 상해도심을 연결하고 있다. 향후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간선철도에 이러한 모델을 적용한다고 한다. 상하이는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무척이나 동적인 느낌이다. 상하이도 북경처럼 쉼 없는 도시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구시가지는 언제 헐릴 지 모르는 개발전야를 맞고 있다. 상해임시정부청사 주변도 지금 한창 헐리고 있었다. 길 건너 지역은 이미 철거공사가 한창인데 상해임시정부 청사블록은 남아 있다. 국력의 정도에 따라 그 곳이 기념공원이 될 수도 있고 빌딩 숲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상해의 화려함은 식당에서 시작된다.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응접실이 딸린 식당방의 호화스런 모습을 보노라면 그들의 품위와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일행이 이용한 요리가 8000위안이었다니까 원화로는 94만원 정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고급식당에 오는 손님들의 행색은 그야말로 노동을 막 마치고 온 초라한 몰골 그대로인 것을 보면 중국의 지독한 외빈내실, 표내지 않는 부자의 모습을 본다. 신개발지역 푸동지구의 독일식 식당에는 오스트리아인 주방장 제하드 코헐러가 근무하고 있었다. 또 다른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고급 레스토랑의 총경리(사장)는 짐보푸(符金波)라는 40대 초반의 젊은이었다. 베이징의 청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동부에서 아이비리그에서 화학을 전공한 유학파 출신의 엘리트급 젊은 박사가 레스토랑체인점의 사장이었다. 얼마나 근무했느냐고 물으니까 3개월째라고 한다. 상하이는 인재들로부터 빠르게 수혈을 받고 있다. 아니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식당에 가면 놀라울 만큼 종업원의 숫자가 많다. 그들은 상하이 출신이 아니다. 오직 상하이가 생계수단을 위한 거주지이다. 어떤 이는 안휘성, 절강성, 사천성, 동북 3성 혹은 더 먼 서부지역에서 와서 코딱지 만한 방에서 합숙을 하면서 더 나은 내일의 꿈을 키워간다 .

중국의 역동성 안에는 천국과 지옥의 명암이 뚜렷하다. 너무나 호화스러운 시설들이 있는가 하면 같은 도시지역 안에서 극한의 빈곤지역이 상존한다. 짝퉁상품의 대명사였던 상양시장이 6월말로 폐쇄된다고 평일인데도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 시장은 폐쇄되지만 벌써 다른 시장에서 짝퉁이 팔릴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짝퉁도 풍선효과인가.

상하이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북한식당이었다. 행사 일정 중에 피할 수 없던 중국식사가 거부반응을 보일 때 자연스럽게 북한식당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치가 먹고 싶었다. 상하이에만 5곳이 운영되는 북한식당 중 평양관에 들러 냉면에 김치를 먹는다. 그곳의 총경리 김철호씨는 한국을 빼곤 세계 각국을 다닌 인텔리였다. 호감이 가는 인상을 가진 그는 냉면 육수의 비결로 꿩, 돼지, 칠면조, 소고기, 닭고기를 넣고 고아서 만들어 맛이 좋다고 알려 주었다. 음식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김치가 그렇게 맛이 있다고 한다. 북한의 냉면에는 평양, 함흥 뿐 아니라 혜진, 청진, 신의주 냉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우리 일행을 뭉클하게 만든 것은 월드컵 축구 한국과 스위스전이 벌어진 그 새벽에 북한 종업원들이 모두 한국을 응원하면서 패배를 안타깝게 생각했다는 사실이었다. 복무원 리영혜 동무는 북한에서 무엇을 공부하다 왔느냐고 물으니까 약학을 전공했다고 했다. 아니 그럼 약사가 될 사람이란 말인가.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휴전선도 그어지지 않은 통일된 한반도의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일행 중 조리를 전공하는 우리측의 전문가와 남북의 요리에 대해서 의기투합하면서 기념으로 부탁한 평양관 메뉴판을 선뜻 내어 주었다. 그날 밤 늦었지만 특별하게 노래공연을 해주었고 우리는 복무원 동무들을 위해 꽃다발을 선사하였다.

그렇게 아시아의 여의주 상하이에는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글로벌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인간군상들의 힘과 의지가 꿈틀거림으로 해서 새로운 동양의 현대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장환/마산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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