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갑칼럼]거지집단보다 못한 형제

  • 입력 2006.07.10 00:00
  • 기자명 하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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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규모가 큰 고을에는 반드시 거지집단이 있었다. 철저한 위계질서를 지키면서 잘잘못이 드러나면 사형(私刑)을 서슴지 않았고 목숨을 빼앗는 것쯤은 예사였다. 고을로 봐서는 골칫거리였지만 ‘막가는 사람들’이어서 관에서도 어쩌지 못했다. 어느 집에 대사(大事)라도 있으면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기 때문에 아예 이들을 위한 음식을 따로 준비해 두는 게 상례였다. 그들의 행패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혼사(婚事)는 흥겨워야 되고 상(喪)을 당한 집안은 경건해야 한다. 그런 분위기를 깬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돼 그들을 대접하고 다독였던 것이다. 그들에게 주는 음식은 따로 있었다. 손님상에 남은 음식을 모아 대접했다. 그래도 그들은 감사하게 생각했다. 일반 손님과 같은 대접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대접조차 받지 못하고 홀대를 당하게 되면 난장판을 만들어 잔치판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 뿐이다.

그렇다고 거지집단이 마냥 성가신 존재는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법도가 있어서 없는 집은 없는 대로 있는 집은 있는 대로 성의표시를 원했지, 턱없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다른 손님과 같은 접대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음식을 대접받으면 그만한 보답을 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면 말리는 일에서 보통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일은 그들 몫이었다. 혼사나 회갑 같은 좋은 일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하면 그만이지만 상사(喪事)는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집안에서도 당황하게 마련이다. 그들은 보통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마다않고 해 주었다. 장사(葬事)치를 형편이 안되는 집에는 염을 해주고 상두꾼 노릇까지 했다. 상을 당하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되는 집의 곡비(哭婢)노릇도 했다. 자신들이 받은 대접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이 시끄럽다. 북한이 쏜 미사일로 지구촌이 야단법석이다. 일본과 미국은 벌집 쑤셔 놓은 듯이 시끄럽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아무리 안보불감증에 걸려 있다지만 우리에게도 당연히 위협이 되는 데도 천하태평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는 정말 북한을 한 핏줄인 형제라면서 열심히 도와주었다. 있는 대로 퍼주었다. 결식아동이 얼마나 되고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놓고 자다 불이 나 죽은 여학생의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런데는 인색하면서 북한에는 조건없는 퍼주기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과 관련한 예산이 1년에 1조원이 넘는다. 그 돈이면 미사일을 몇 개나 만들 수 있으며 그 미사일의 타깃은 어디일까. 걸핏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엄포는 누구를 향한 공갈인가. 호주 주재 북한대사는 9일 미사일 발사를 막으려 할 경우 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연 그 전쟁 대상은 어디일까.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11일에는 남북장관급회담이 부산에서 열린다. 우리측은 미사일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한다. 그 성과를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뻔하다. 그들은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고 우리 말 대로 미사일문제를 거론하면 무슨 엉뚱한 말로 협박할 지 모른다. 결과는 당연히 성과없이 끝날 것이다. 언제 한 번이라도 그들에게 큰소리를 쳐 본 적이 있는가. 북한은 그 방면에 이력을 쌓은 사람들이다. 질질 끌려 가다 회담은 성과없이 끝날 것이다. 아니면 또 뭔가를 뭉텅이로 주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약속을 받아내고 희희낙낙할 것이라는 예상을 국민들은 점치고 있다. 지금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사람을 달래는데는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 하지만 때로는 따끔한 충고도 필요하다. 막무가내식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거지도 얻어 먹으면 대가를 치르고 개도 한번 먹이를 주면 3년을 잊지 않는다는 데 우리는 언제까지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며 갖다 바치기만 해야 하는지 그것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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