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무위도식(無爲徒食)

  • 입력 2010.11.23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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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하려는 마음도 없이 무작정 놀고먹는 청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에 실패하거나 구직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쉰 15∼34세 청년층이 4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03년 29만6000명에 비하면 6년 새 13만4000명이나 늘었다. 자발적인 취업 거부자도 있지만,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고 대책없이 쉬는 청년층도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

일하지 않으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층을 ‘니트(NEET)족’이라 부른다. 선진국에서 청년고용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2004년부터 공식 통계가 발표되는 일본의 니트족은 2008년 기준 64만명이다. 우리나라의 무위도식 청년층은 우리 인구나 지난 수년간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흔히들 연말이면 사랑의 열매를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녔고, 조그만 정성이지만 그래도 불우한 소외계층을 도왔다는 뿌듯함에 훈훈한 기운으로 성금납부를 종용했던 내 마음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또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마다 모금회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고용해 입구에서 모금함을 들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금활동을 펼쳐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모금에 동참하고 했다. 오래전에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대한 의구심을 나는 잠시 가진 적이 있었다.

남을 돕는다는 순수한 개개인의 마음을 정부가 그것마저 통제 관리해서 어떻하겠다는 것인지, 기부자의 의도가 아닌 모금회 자체의 계획대로 분배하는 것은 아닌지, 때론 성금모금에 강제성을 띄어 ‘저건 좀 무리다’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괜한 생각이지 싶어 사회가 공동모금회를 통해 더 밝아지고 따뜻해 졌음 하는 바램으로 해마다 꾸준하게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행렬에 동참 해 왔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꼴이 되어 버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의 성금으로 단란주점과 나이트클럽 등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의 감사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4년간 업무와 상관없이 유흥주점과 노래방 비용 등으로 2000만원을 넘게 사용했다. 성금을 기부 목적과 달리 집행하거나 사업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기부자에게 반납된 돈도 최근 5년간 19억원에 달했다.

또 공채시험에서 탈락한 8명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직으로 특별채용 한 뒤 이 중 4명을 다시 정규직원으로 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봉도 맘대로 올렸다. 지난 3년간 사무총장은 매년 연봉을 올려 올해 연봉이 무려 9000만원이 넘었고 직원들 역시 3년간 연봉이 9%나 인상됐다.
예산집행과정은 그야말로 비리백화점 수준이었다. 법인카드로 단란주점 등에서 유흥비로 2000만원을 사용했고, 내부 워크숍 비용 중 3000만원을 바다낚시를 하고 스키를 타는데 지출했다. 심지어 내부 감사팀이 지회를 감사하면서 노래방과 맥주집에서 1000만원 넘게 회식한 사실도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공동모금회의 특별감사를 통해 부당하게 집행된 7억5000만원을 회수하도록 했고 비리에 연루된 161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비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과 이사진 전원이 사퇴했다. 얼마나 더 많은 비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올지 개탄스럽고 기대감(?) 마저 든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조만간 쇄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미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번사태를 통해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돼지저금통으로 단란주점을 출입했다. 노점상으로 한푼, 한푼 모은 돈으로, 나눔으로 행복해 했던 소시민들의 돈으로 스키장에서 흥청망청 놀았다. 한평생 시장바닥에서 김밥 판돈을 잘 써달라고 공동모금회를 믿고 맡긴 할머니의 숭고한 마음을 짓밟아 버렸다. 유흥비로…
청년실업이 심각한 이 시점에서 공채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그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줬다. 과연 그 사람들은 누구의 자녀들일까? 그것도 꼬박꼬박 세금 내는 힘없는 국민의 성금으로…
정부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대해 국민들이 깨알만한 의심이 들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이사장과 책임자 몇몇이 사퇴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흐지부지 마무리 지으려 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을 명명백백 밝혀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정부를 더욱 신뢰하고,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를 감히 용서 할 것이다.
지금 책상서랍에는 사랑의 열매 뺏지가 20여개가 있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에 작은 힘이나 보태고자하나에 1000원씩 50개를 구입 했었다. 이제 이 뺏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서회진 / 산청군 산청읍 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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