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승의 The Book] 성장소설? 미스터리 스릴러물?

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황소북스. 1만1800원

  • 입력 2010.11.29 00:00
  • 기자명 문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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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카시오페아 공주’로 다양한 장르에서 범우주적인 상상력을 선보였던 이재익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미스터 문라이트’ 이후 3년 만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저자의 모교이기도 한 압구정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엇갈린 사랑과 야망을 그린 반자전적 소설이다.

서연희라는 유명 여배우의 자살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대한민국 부촌(富村)의 상징인 압구정동을 배경으로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과거와 현재라는 두 축이 맞물려 교차 편집되며 전개되는 스피디한 스토리는 재미와 스릴을 마음껏 느끼게 한다.

네 명으로 결성된 스쿨 밴드 ‘압구정 소년들’을 통해 90년대 강남 키드들의 성장통을 작가 특유의 템포 빠른 문장으로 풀어낸 성장소설이 한 축이라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가 된 박대웅, 기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현우주, 유명 여배우이자 박대웅의 부인인 서연희 등 세 사람의 현재와 과거를 통해 그려지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나머지 한 축이다.

독자들의 취향과 입맛에 맞게 성장소설 혹은 연애소설 아니면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읽힐 수 있는 다양성이야말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왜 이재익에게 ‘페이지터너’라는 별명이 붙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

SBS 라디오 PD로 1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는 이재익에게 2010년은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다.
1997년 문학사상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틀 받으며 데뷔해, 영화로도 만들어진 ‘질주질주질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등단 13년째.

그동안 방송 PD 이외에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서 10편 가까운 글을 썼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목포는 항구다’를 포함해 고작 두 편. 그런 그가 앞으로 소설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평생 50권이 넘은 소설 작품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제2의 소설가 인생에 출사표를 던진 원년(元年)인 셈. 올해 두 권에 이어 내년부터 매해 2~4권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할 계획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제2차 일본소설의 붐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요시모토 바나나를 거쳐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이사카 고타로, 오쿠다 히데오, 온다 리쿠 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출판 시장에서 큰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형 서점에는 2007년부터 일본소설 매대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이들의 신간을 차지하기 위한 출판사들의 각축전 또한 치열하다. 한국에서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해리 포터’와 ‘다빈치 코드’는 팩션과 판타지 바람을 몰고 왔으며, 일본추리작가들의 무차별적인 한국 상륙은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재미에 있지 않을까’라는 자못 진지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 시작해 드라마나 영화로 재생산되는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즈’라는 솔루션이 자리를 잡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문학적 엄숙주의가 종교처럼 횡행했던 국내의 자화상을 돌이켜보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소설적 지형이 많이 바뀌고 있다. 대상이 1억 5000만원이나 되는 국가 주도의 스토리텔링 공모전이 생기는가 하면 대형출판사와 신문사들이 손을 잡고 뉴웨이브 문학상 등 ‘재미있고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소설 콘텐츠’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의 그림 중 가장 고가(1000만달러)로 경매된 ‘도시 위에서, 오버 더 타운(Over the Town)’이다.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가 도시 위를 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이 소설의 메인 테마인 ‘구원’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 작품을 표지로 쓰기 위해 프랑스의 샤갈 재단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쉽게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영문으로 된 시놉시스를 보내 이 소설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재단에서 극적으로 OK를 해주었다.

/교보문고 창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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