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체장, 전대 참석해야만 했나

  • 입력 2006.07.13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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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남의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이 한꺼번에 서울로 몰려갔다고 한다. 그것도 화급을 요하는 행정업무 때문도 아니고 단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열 일을 제쳐두고 떠났다는 것이다.

지금 경남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집중호우를 몰고 급습하는 바람에 농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물폭탄 세례에 집이 폭삭 내려앉고 떠내려가 이재민이 속출하고 말았다. 특히 태풍은 다른 그 어느 지역보다도 경남에만 엄청난 피해를 주고 만 것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 수재민들은 땅이 꺼질 듯한 장탄식을 하면서 그나마 세간 하나라도 건지겠다고 무진장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농민들은 한해 농사를 망쳤다고 하늘을 원망하면서도 물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 처한 주민을 외면한 채 전대 참석을 위해 상경하느라고 기초단체장들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는지 묻고 싶다. 물론 정당정치에 몸담은 이상, 당명을 따르면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그 자리에 가는 것이 마땅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힘있는 정치인의 눈도장을 받겠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할 말은 없다. 여기에 정당구조상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이유 때문이라면 더욱 할 말은 없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야만 했으니 한편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민생본위에 매달려야 할 단체장과 의원들은 무엇보다도 정치인이기 이전에 공직자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맡은 바 본분이다.

적당히 요령부리고 눈치껏 명철보신(明哲保身)하는 자들이 있는 한 공직사회는 말할 것 없고 이 나라 기강마저 해이해지고 주민들의 불신만이 늘고 말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공직자는 의연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대의명분을 생각해야 한다. 환난을 당했다면 위기에 처한 주민을 구조하겠다는 신념이 앞서야 한다. 멸사봉공하는 자세가 확립될 때 공직사회의 기강은 말할 것도 없고 주민들도 단체장을 확실히 신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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