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 차르르~. 구멍 난 바위 틈 위로 파도가 밀려올 때면 바위는 중저음의 소리를 낸다. 바위에서 나는 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고 해서 ‘슬도(瑟島)’라는 이름을 가졌다.
울산시 동구 방어진항 끝 어촌마을 동진포구 바다(방어동 산5-3)에 위치한 슬도는 3273㎡의 퇴적된 사암으로 이뤄져 있는 무인섬이다. 이 섬 바위에 난 촘촘한 구멍은 모래가 굳어진 바위에 조개류 등이 파고 들어가 살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같은 구멍이 섬 전체에 분포하고 있는 사례는 국내에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멍 난 가슴에서 소리를 내는 바위를 등대가 위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홀로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동구청에서 슬도 해상공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에도 성끝마을에서 슬도까지 260m짜리 파제제(파도를 제어하는 둑)가 놓여져 있어서 얼마든지 슬도를 드나들 수 있었다. 슬도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느낄 수 있듯 방어진 12경에 꼽힐 만큼 섬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아름다운 명성에 비해 그동안 대접을 제대로 못 받았던 것. 이번 해상공원 조성으로 아름다움이 재발견되고 가치도 인정받게 될 것이다.
동진포구 선착장에는 어선이 열척도 넘게 정박해 있다. 여느 작은 포구와 달리 활기가 넘친다. 선착장에서 슬도로 진입하는 길은 해상공원 조성공사로 인해 울퉁불퉁하다. 공사현장 옆으로 오토바이가 쏙쏙 잘도 비켜간다.
슬도 등대 건너편 빨간 등대 주변에는 낚시 동호회 회원이 운집해 있다. ‘오늘의 지침’이 전달되고 있는 모양이다. 낚시꾼들로 인해 마을의 가게는 그런대로 장사가 되는 듯 했다. 막다른 끝 동네에 위치해 있어도 생동감이 느껴지는 어촌마을이다.
슬도를 자주 찾는 시인은 슬도에 관한 시를 발표하기도 했고, 한 주민이 슬도 바위 위에서 해조류를 줍는 할머니에 관한 글을 쓰기도 했다. 얼마나 인상 깊었으면 글을 남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