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고생하며 찍었다”

산·바다 누비며 완성한 영화 ‘황해’로 돌아온 하정우

  • 입력 2010.12.16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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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는 ‘황해’에 비하면 딱 3분의 1만큼 고생했다고 생각해요.”

영화배우 하정우(32)의 스크린 속 눈빛은 강렬하고 매섭다. 영화 ‘추격자’(2008)의 영향이 크다. ‘멋진하루’(2008)와 ‘국가대표’(2009) 등으로 이미지를 변화시켰지만 ‘추격자’ 속 연쇄살인범의 잔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둡고 강렬하며 비열한 느낌의 눈빛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 그가 다시 쓸쓸해보이면서도 어둡고 잔인한 듯한 영화를 택했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36), 배우 김윤석(42)과 함께 1년여 동안 촬영한 ‘황해’다. ‘추격자’ 팀의 재결합이다.

“한 번 일을 해봤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 일하는 게 좋았죠. ‘추격자’ 끝나고 감독님, 김윤석 선배님과 만난 자리에서 대강의 틀이 잡힌 영화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사에 이런 영화가 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죠. 그리고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받고 결정을 하게 됐어요.”

‘황해’는 빚을 갚기 위해 살인을 청부받아 황해를 건너온 ‘구남’(하정우)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쫓기면서 벌어지는 절박한 사투를 담은 영화다. 예고편만 봐도 강행군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하정우는 초췌하다. 눈빛은 흔들리면서도 간절하다.

근 1년간 산과 바다를 누비며 죽도록 고생해 완성됐다. “감독님이 극사실주의를 따라가는 분이기 때문에 산 정상에서 찍는 신이면 무조건 산 정상에서 찍어야 해요. 그것도 높은 산이요. 바다면 또 바다에 가야하고요. 촬영장소는 시나리오 그대로에요. 페이크는 전혀 없었어요.”

나 감독이 건넨 시나리오는 친절하지도 않다. 장면 상황과 대사만 적혀있을 뿐이다. “‘추격자’도 그렇고 장면의 상황이 어떻다든가,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하는지 등에 대한 지문은 없어요. 열려있긴 하지만 한 신 한 신 무엇을 해야할 지 충분한 생각과 이해를 해야만 표현이 가능했죠.”

100% 가까이 서로간 믿음과 신뢰로 선택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상 NG가 많이 날 듯 하지만 하정우는 “감독이 옷의 구김 정도까지 신경쓰는 사람”이라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했고, 에너지 낭비가 많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1년 동안 구남으로 지내온 그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길러온 수염을 깎고 지겨운 구남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었다. 11월 2일 오전 7시 30분께라고 면도한 날짜를 정확히 짚으면서 해방의 기쁨을 누렸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구남에게서 빠져나왔는지, 아직도 몰입돼 있는지 모르겠다며 헷갈려하고 있다. 배우로서 ‘황해’ 이야기를 할 때 힘들었던 장면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잘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회의도 든다.

하정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작 배우다. 영화 욕심이 많은 듯하다. “연기적인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이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자신이 고생한 사실을 알리려는 듯 수백장의 스틸사진을 모은 사진집 3권을 보여주며 틈틈이 촬영 현장에 대해 설명했다. “‘추격자’보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황해’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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