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 자연속…땀으로 얼룩진 삶의 체험현장

울산포구기행-‘방어진항’

  • 입력 2010.12.21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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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방어동 방어진항 앞 바다는 수심, 조류, 수온 등 수산물 서식에 적당한 천혜의 수역이다. 국가어항인 이곳은 그야말로 땀으로 얼룩진, 사람냄새 나는 삶의 체험의 현장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방어진에는 고래, 방어, 고등어, 청어, 정어리 등 어류는 물론 미역, 김과 같은 해초류도 풍부해 일제 때는 일본인들이 그냥 보고 지나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일본인들의 집단 이주와 함께 어업 전진기지로 명성을 드높여 왔다.

일부 사람들은 방어진(方魚津)이라는 지명에 대해 이런 저런 설을 두고 고집스럽게 저마다의 주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가운데 생선인 방어가 잡히는 나루터(津)라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일제 때 이곳에는 개발의 바람이 불어 동편 끝과 서편 볕바우산 일대만 남겨두고 온통 주거지로 변했다. 읍사무소를 비롯해 학교, 우체국, 금융, 조합, 전화국, 발전소, 냉동공장 등과 함께 청루 거리가 형성됐다.

경북 구룡포나 전북 군산항처럼 이곳에도 일본인가옥(적산(敵産)가옥)이 있었으나 다 허물어지고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예전 가옥을 그대로 보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경사진 곳 방어진교회에서부터 어판장으로 내려가는 골목길 일대가 일제 때 유흥가인 청루(靑樓) 골목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골목길로 세월의 무상함만 더할 뿐이다.

방어동은 자연마을로 동진, 서진, 북진, 내진, 중진, 상진, 남진, 문재, 화암 등 마을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어진항을 포함해 동진, 상진, 남진, 화암 등 5개의 포구를 품고 있는데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이다 보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5년 전부터 유서 깊은 방어동에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열고 있는 ‘방어진축제’에는 옛 모습 사진전이 열려 눈길을 모으기도 한다. 남구 장생포와 함께 ‘고래’항으로 통했던 시절에 남긴 사진을 축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방어진항 일대는 변화를 거듭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수리조선소인 세광중공업 옆에 성행하던 방어진 명물 활어가판대도 모두 철거되고 없다. 바다를 배경으로 생선회 한 점씩 먹던 운치는 사라졌지만, 최신 시설을 갖춘 활어센터가 들어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가판대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이 활어센터로 옮겨 영업을 하고 있는데, 62곳이 성업 중이다.

활어센터 옆에서는 바닷가 마을 어르신들이 말린 도루묵·가재미 등을 팔고 있다.
“도루묵은 칼칼하게 양념장해서 졸여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힌다. 그래 해 묵그래이.”
정이 담긴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에 방어진항이 더욱 정겹게 다가온다. 이곳에서 소위 흥정만 잘하면 도루묵을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수리조선 오른편으로 들어서면 막다른 골목길이다. 그 끝에는 용왕사라는 사찰이 있다. 과거 사진에는 용왕사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출렁거렸지만 지금은 사찰 주위에는 횟집이 생기고 길도 나있다.

무엇보다 용왕사 입구를 뒤덮고 있는 수령 1000년 넘은 노거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994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에 따른 전설이 바닷가마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여겨진다.

1000여년 전 용나무 아래 동굴에 천 년 살던 용이 천 년이 되는 삼월삼짇날 이른 새벽에 여의주를 들고 승천해 용황상제에게 여의주를 바쳤다. 이를 기특히 여긴 옥황상제는 용이 승천한 곳에 솔씨를 내려 보내 심도록 했다는 전설이 있는 용나무는 나라의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거수가 있는 용왕사 뒤 골목길로 올라서서 걸으면 아름다운 방어진의 옛길을 휘돌 수 있는 해안길이 연결된다. 상진, 남진, 화암까지 걷는 해안길은 천혜의 자연유산이다. 이 길을 걷지 않고는 방어진을 논할 수 없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해안길을 걸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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