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영화 아니에요”

정재영, 충주 성심학교 이야기 모티브 영화 주연

  • 입력 2011.01.20 00:00
  • 기자명 강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화까지 배워서 아이들하고 의사소통하는 건 너무 나가는 것 같아요. 상남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마지막에 아이들에게 그냥 쿨하잖아요. 하하하.”

3년 연속 MVP 등의 기록을 보유한 한 때 잘 나가던 간판투수 ‘김상남’. 하지만 폭행 사건 등으로 선수 제명 위기로까지 내몰린다. 시간이나 때우라는 매니저에게 등을 떠밀려 찾은 시골 청각장애 고교야구부이지만 점차 임시 코치로서 아이들의 1승을 위해 동행하며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영화배우 정재영(41)이 실제 청각장애를 지닌 충주 성심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 ‘글러브’(감독 강우석)에서 관객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만들어진 이야기에 상남 역시 상상 속 인물이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고 영화 속 이야기가 모두 실화처럼 느껴지게 연기했다.

“밟는 건 상관 없는데 일어설 힘까지 뺏으면 안 되잖아”라거나 “야구는 혼자하는 게 아니다”라는 등의 대사가 충분히 진정성 있게 들리는 이유다. “너무 전형적인 대사들이 손가락을 오글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상황에 맞는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면 닭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연습게임 상대인 군산상고에 32대 0으로 대패한 뒤 학교까지 뛰어가다 쓰러져있는 아이들을 향해 “가슴으로 소리를 지르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 관객은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재영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이 장면을 두 번 찍었는데 너무 소리를 질러 옥타브가 올라가다보니 목이 쉬었어요. 애들이 들을 수는 없지만 가슴에 무언가 꽂히고, 들릴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안 되더라고요. 몇 번 더 했으면 더 좋은 장면이 나왔을텐데 안타까워요.”

애드리브조차도 살가웠다.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만지는 장면에서 대사 한 마디 없는게 너무 밋밋해 애드리브를 쳤다. 그 장면은 정재영의 몇 마디 대사가 추가돼 더욱 사실적이고 감동스럽게 느껴진다. 아이들과 상남이 하나가 된 모습이기도 하다.

상남은 아이들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울 법도 했지만 그러지는 않는다. “상남의 캐릭터상 수화를 배워 아이들에게 말했다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았을까”라는 판단이다. 후천적 장애로 소리를 듣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 명재(장기범) 앞에서 스케치북에 “야구하자”라고 써내려간 게 오히려 웃기면서도 동시에 감동적이다. 그리고 ‘상남스럽’다.

강우석 감독(51)과 ‘실미도’, ‘강철중 : 공공의 적 1-1’, ‘이끼’, ‘글러브’ 등 영화 4편을 함께 한 그는 강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정돼 있다. “항상 강 감독에게 배우고 있다”면서 “‘이끼’ 때는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글러브’는 체력적으로 고생했을 뿐 마음이 정화가 됐다”며 웃었다.

이어 “우리 영화는 뻔하지 않아요. 수 많은 사람이 앉아 있고, 또 아이들을 응원하는 화려한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소박하죠. 하지만 화려하게 만들었으면 더 뻔했겠죠. 그냥 이 아이들 얘기를 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