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알 같은 몽돌에 자연과 동화된 인생이 스며 있다

울산포구기행-'어물포구'

  • 입력 2011.01.25 00:00
  • 기자명 황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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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고기잡이에 나섰던 어부 김모씨는 고기 대신 성게, 군소, 소라와 바다의 무법자 불가사리 등을 싣고 울산 북구 어물포구로 들어선다.

“태풍은 분명 아닌데도 풍랑이 거센 편이네요. 얼마 전에는 너울성 파도로 인해 마을에도 제법 큰 피해를 입었을 정도입니다. 고기잡이가 점점 힘들어지네요.”

고기를 잡지 못한 김씨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바닷물을 퍼서 고깃배를 말끔하게 청소를 한 후, 재빠른 솜씨로 군소와 성게를 손질하고 불가사리를 펼쳐 햇볕에 말린다.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불가사리는 일명 바다의 무법자이기에 햇볕에 말린 후 폐사시켜야 안전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고기를 못 잡은데 대한 화풀이를 불가사리에게 하는 듯 비친다.
그러면서도 긴 가시가 숭숭 박힌 성게 한 마리를 숭덩 잘라 건네주었다. 노란 부위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라는 말을 잊지 않고 전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진솔하게 살아가는 어부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포구마을이 더없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어물포구는 동구 주전의 접경 지역이고 북구 남단의 끝에 해당하는 작은 포구다. 오래 전부터 바닷가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은 인심이 후덕해 객지에서 오가는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적은 편이다.

북구 강동해안 일대는 대부분 울퉁불퉁한 자갈밭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어물포구는 강동의 명물 몽돌 밭이 시작되는 지역으로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해변에 늘어져 있는 새알같이 둥글고 작은 몽돌은 동구주전으로까지 길게 이어져 울산 12경 가운데 최고의 비경으로 꼽힐 정도다. 몽돌이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햇볕에 잘 달궈진 몽돌 위를 맨발로 걸으면 지압 효과가 있다. 모래처럼 발에 들어붙지도 않아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맨발로 몽돌 밭 위를 거니는 사람이 꽤 많다. 달리 명승지가 아닌 셈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인해 횟집은 줄어들고 대신 예쁜 펜션이 많아졌다. 관광객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우후죽순으로 펜션이 생긴 탓에 옛집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림같이 예쁜 집이 생겨 특색이 없어진 느낌이다. 오히려 검은 돌담집이 군계일학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곳 마을 지명은 구암(龜岩)마을이다. 구암이란 이름은 표면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차돌이 많아서 생겨난 이름이라고도 하고, 마을 뒤에 거북 모양을 한 바위산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후자에 관해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바위는 정자와 주전 간 도로를 개설할 때 허물어버렸다고 한다. 흔적조차 없는 거북 바윗돌에 미련이 남는다. 바윗돌을 보존했더라면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으로 전해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마을은 거북의 등딱지 모양의 돌인 구갑석(龜甲石)의 산지로 유명하다. 타 지역에 비해 산출량이 많지는 않지만 갈라진 선이나 곰삭은 부위와 모암의 크기 면에서 다른 산지의 구갑석보다 뛰어나다.

마을 이름을 딴 수석집 ‘구암수석’에는 이곳 구갑석을 비롯한 울산의 돌만 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윤중원 구암수석 대표(51)는 “예전 마을 일대가 다 바다였다고 한다. 구갑석은 오랜 세월 동안 갈라지고 곰삭는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과 같은 자연 문양을 지니게 된 것이라고 한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깊이를 수석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해송 사이로 보는 동해 바다가 일품이다. 한 발만 떼면 동구 지역인 다리 위에서 보는 ‘구암마을’ 표지석이 정겹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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