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 한 점에 사르르 마음이 녹다

울산포구기행-‘당사포구’

  • 입력 2011.02.01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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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쑥하게 얼굴을 드러내는 바다가 유난히 아름다운 어촌마을 당사포구.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오래된 느티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우뚝 솟아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이 느티나무는 당사마을회관을 겸한 어촌계 사무실과 동거를 하고 있다. 추정수령이 500년 된 나무는 어림잡아 9m 정도는 돼 보인다. 표지판에는 폭 24.7m, 가슴높이 둘레 5.5m, 뿌리부분 둘레 5.54m이고 용도는 ‘당산나무’로 돼 있다.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드문드문 보인다. 아픔을 참고 오랜 세월을 버틴 이 나무를 마을사람들은 수호신처럼 여기는 듯 했다.

당산나무가 있는 출입구는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는 늘 꽁꽁 잠겨있다. 고집스럽게 연 4회의 제사를 이어오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를 보호하는데 각별하다.

해마다 제주(祭主)를 달리하고 있는데, 올해 제주는 “정월 대보름과 음력 3월, 6월, 10월에 당산제를 지낸다”며 “정월대보름과 음력 10월에는 돼지를 잡고 마을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마을의 안녕과 축복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120여가구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예전에는 멸치떼가 몰려들어 멸치털기로도 유명세를 떨친 곳이다. 멸치떼가 회유할 때는 다른 물고기까지 동반해 한때 황금어역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지금은 멸치 떼를 볼 수 없어 멸치마을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긴 방파제 끝 등대 주변은 가족 단위 또는 낚시동호회원들의 낚시터로 유명하다. 몇 해 전 능섬이라는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다 표류돼 극적으로 구조된 사건이 발생한 이곳은 선상낚시가 성행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근 자연산 고기만 취급하는 작은 수산물센터가 생겼다. 자연산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고 어민들은 고집하고 있다. 자연산이지만 저렴해 주머니가 두둑하지 않아도 한 점 자연산 생선회 맛을 보기에 충분하다. 입에서 녹아 내리는 듯 하다.

유료낚시터도 생긴다. 용의 전설이 깃든 용바위 인근에 계획돼 있는 낚시터는 지자체에서 공원화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가장 멋지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사진 포인트도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을 위쪽에는 최근 문을 연 ‘추억의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단층 건물인 옛 동해초등학교인 이곳은 중앙 현관에서 왼쪽으로는 ‘파충류 전시관’ 오른쪽이 추억의 학교이다.

한 교실은 유리관 안에 있던 옛날 교과서와 상장, 졸업장, 성적표 그리고 그 당시 유행했던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고, 또 한 교실은 그때 그 시절 교실 풍경을 닥종이로 재현해 놓았다.

숙제를 안 해 와서 혼나는 아이들과 한 쪽 구석에서 벌을 서고 있는 아이들, 책상에 앉아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 모두 웃음을 절로 자아내게 만든다.

당사마을에서 나서면 예쁘고 아담한 카페도 눈에 띄지만,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길목에 ‘동바위 길’이라는 표지판이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을 주민은 용이 드나드는 굴이 바로 집 앞에 있다며 곰솔이 자생하는 바위섬을 가리켰다.

안타깝게도 용굴은 담이 막고 있어 들여다 볼 수 없고 대신 먼발치서 지켜볼 뿐이다. 육지와 맞닿은 바위와 바다 위에 솟은 바위를 7~8m 정도되는 콘크리트 다리가 이어준다.

두 바위섬은 곰솔로 인해 아름다운 한 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용굴에 얽힌 전설이 있다.

한 마을 주민은 “마을에 살고 있는 큰 뱀이 거북보다 착하다고 여겨 옥황상제에게 추천해 뱀이 용이 돼 승천하는 날, 일진풍우가 몰아치고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가 나더니 바위섬이 둘로 갈라졌다. 용이 내려친 꼬리에 의해 바위가 쪼개졌고 가운데에는 물길이 뚫렸다. 용은 무룡산 위에서 춤을 춘 뒤 승천했고 두 바위섬은 용바위로 불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용바위에서 어물포구로 나서는 길목 도로는 용이 지나다니는 것처럼 구불구불하다. 용바위가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용바위에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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