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 주는 호각소리에 갈매기떼 장관 이루네

울산포구기행-‘신명포구’

  • 입력 2011.02.08 00:00
  • 기자명 황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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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가 옛날 같지 않네요. 오늘도 거의 허탕을 쳤어요. 고기대신 꽃게랑 소라만 잡았을 뿐이라오.”

여름철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잘 찾지 않아 호젓한 기운이 감도는 신명포구는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낚시꾼들로부터 사랑받는 작은 포구다.

이곳에는 작은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새벽에 고기잡이에 나섰던 김모(73)씨가 서너 시간 만에 들어와 성적이 좋지 않다며 부인(73)의 눈치를 살핀다.

김씨는 잡아온 꽃게의 집게발 한 쪽을 펜치로 잘라낸다. 집게발을 자르지 않으면 운반 과정 중에 꽃게들은 서로 상처를 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남편을 마중나온 부인은 신통치 않은 고기잡이에 대해 “요즈음엔 통 고기를 잡을 수 없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조바심을 내거나 한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남편을 격려한다.

신명동의 한자어는‘新明洞’이다. 새로운 밝음, 새롭게 해가 뜨는 마을로 해석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유난히 느긋한 편이다.

원래 이 지역은 굼바우(구멍바우, 공암)와 수반(임내)을 합쳐 신명동이라 정한 지역이다.

굼바우는 신명 북쪽에 있는 구멍이 뚤린 바위를 가리키는 것이며 수반은 신명동 마을 앞에 숲이 있어서 불려진 이름이다.

신명동의 경계는 다리와 관련이 있다. 신명교를 경계로 화암포구와 나뉘게 되고 위쪽으로도 다리를 두고 경북 경주와 경계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붙은 다른 지명이 지역의 경계를 뜻하는 ‘지경’이다.

신명포구에 가려면 구 국도 31호선을 타고 신명교를 지나 해안가로 좁은 길로 들어서야 한다. 좁은 길과 달리 눈앞에 펼쳐지는 동해바다는 더없이 넓고 푸르다.

약 50m 가량 뻗은 방파제가 보이고 건너편에는 약 30여채의 가옥들이 거친 해풍을 견디며 붙어지낸다. 거의 대부분 주택을 개량해 신식건물이지만 몇 채는 옛 모습 그대로 보전되고 있어 흑백사진을 보는 듯 하다.

쓰러질 것만 같은 옛집 마당에는 미역귀와 미역줄기가 널려 있다. 갓 채취한 물건들은 아직 싱싱한 모습이라 옛집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 건너편에는 멸치를 삶았던 장소로 깨진 굴뚝과 솥걸이 부뚜막은 바닷물이 섞여 애잔하게 느껴진다.

선돌회센터 간판 뒤 두 개의 큰 바위가 파도를 맞고 서 있다. 우뚝 서 있는 바위라 해서 선돌바위다. 이 바위를 지나는 순간 갑자기 들려온 호각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관광객용으로 횟집·펜션 주인이 갈매기를 한데 모으기 위해 먹이를 주는 신호다.

2여년 전부터 갈매기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는 횟집 주인은 카메라맨들이 몰려오면 달아나고 오직 자신만이 가까이 갔을 때 몰려든다며 귀띔했다. 일대는 갈매기떼를 배경으로 일출을 찍기 위해 사진가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신명마을 끝을 향해 걷는 가운데 미역 말리는 풍경이 이어진다. 갯내음보다 짙은 미역 냄새가 곧 다가올 봄향기 만큼 상큼하다. 풍요롭고 평화로운 이 마을 오른쪽 편에는 바위에 구멍이 난 공암이 버티고 서 있고 왼쪽 편에는 잘 지어진 별장이 두 어채 보인다.

옛집은 거의 없고 깔끔하고 세련된 새집이 즐비해 있다. 옛 감흥은 없어도 펄떡이는 생선처럼 생돔감이 감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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