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여름과 수해

  • 입력 2006.07.19 00:00
  • 기자명 이현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라 안이 온통 수해에 시달리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찾아오는 수해가 올해는 유난히도 심한 것 같다. 장마철이 되면 으레 겪는 농촌의 농작물 피해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물난리를 겪는 일이 너무나 빈번하다. 이번 여름에도 호우주의보가 너무 자주 내리더니 십만 평방미터가 채 안 되는 남한 전역에 중부 남부 할 것 없이 수해는 골고루 발생하고 말았다. 강원도 경기도의 일부지역은 인명피해만 해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한다. 방송사마다 수해피해를 특집으로 다루어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사람 사는데 재난은 반드시 있다. 예로부터 삼재라 하여 물에 의해 일어나는 수해뿐 아니라 불의 재해, 바람의 재해가 있어왔다. 이 재해가 일어나면 난리나 질병 그리고 기근이 일어난다고 했다. 수(水), 화(火), 풍(風)의 삼재를 큰 삼재라 하였고 도병, 질병, 기근을 작은 삼재라 하였다.

그런데 이 재난을 대처하는 그 사회의 능력이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다. 설사 천재지변이라 하여도 재난을 대처하는 속도와 그 후유증의 처리에 있어 인위적인 노력이 얼마만큼 적절하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재난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말하자면 피해지수를 낮출 수 있는 재난대책이 어차피 당하는 재난일지라도 시급히 수립되어 실시되어야한다는 점이다.

이번 수해의 피해가 극심한 일부 지역에 대해 정부가 재해선포를 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졸지에 불행을 당한 피해민들에게 따뜻한 동포애가 발휘되어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는 온정이 답지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다.

여름의 수해는 연례적으로 발생하는 천재지변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계절 탓이나 기후 탓에만 돌릴 것이 아닌 또 하나의 문제도 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는 재난예방의식이다. 피해지수를 줄이기 위해 먼저 예방의식이 높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태풍이 많고 호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인명피해나 재산피해 등 피해지수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 잘 훈련된 재난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예방의식이 높아서 일 것이다.

사계 중 여름은 가장 무더운 계절로 자칫 사람의 마음이 해이되기 쉬운 철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도 높아지는 경우도 많고 개인의 생활페이스에 어떤 리듬을 잃어버리기도 쉽다. 생활안전에 대한 무방비한 방심이 생겨 자기방어에 소홀해지기도 쉬운 때이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설마하고 야유회를 나갔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서에 들뜬 분위기에 어떤 때는 객기와 만용을 부리며 안전에 대한 주의력을 상실하는 수도 있다. 냉정함을 잃고 방심에 빠지기 쉬운 함정이 많다는 것이다. 수영을 하다 익사하는 수도 곧잘 생긴다. 재앙의 위험이 어느 땐들 없을까마는 여름이 사람을 방심케 하는 예가 많다는 것을 알리는 말이다. 이러한 사람의 주의력 부족에서 예방할 수 있는 재난이 예방이 안 된다면 이것은 천재가 인재로 바꿔지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도대체 재난을 줄일 수 있는 근본대책이 무엇일까?

겁탁(劫濁)이라는 불교에서 쓰는 용어가 있다. 겁이라는 말은 장구한 시간을 뜻하는 말이다. 흐린 물을 탁수(濁水)라 하듯이 시간이 흐린 것을 겁탁이라 한다는 말이다. 마치 공기 속에 산소와 수소가 들어 있듯이 사바세계의 시간 속에는 보이지 않는 탁한 찌꺼기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질병이 일어나고 기근이 일어나는 등 삼재(三災)가 있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의 재앙도 겁탁이 원인이라 한다. 겁은 시간의 최장 단위인데 이의 반대인 최단의 가장 짧은 단위는 찰나(刹那)이다. 이 찰나를 번역하면 한자로 념(念) 곧 생각이라 한다. 그러니까 생각은 시간의 가장 짧은 단위를 나타내는 말로 이 생각이 흐린 것이 겁탁이 된다.

사람이 사는 집이나 방을 깨끗이 하고 살아야 우선 위생이 좋은 것이다. 인간은 인간 주위의 처소를 깨끗이 하고 살아야 한다. 환경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집을 청소하고 방을 청소하고 마당도 청소해 공간을 더럽히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시간의 청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간의 청소가 무엇인가? 이것은 생각을 맑게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이 맑아지면 시간이 깨끗해져 겁탁이 정화된다는 것이다. 이 겁탁이 정화되면 재난이 없어지고 이상적인 낙원이 이루어진다는 교리적 이론을 전개한다. 근원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재난을 예방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 정화에서 비롯된다. 너무 비약적이고 고차원적인 이론이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사람의 생각에서 재난은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 주는 말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한지안/스님.승가대학원장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