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거법 지키다간 낭패볼 판

  • 입력 2006.07.19 00:00
  • 기자명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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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운위원들 많이 만나보셔야겠는데요.”

요즘 경남도교육위원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은 자기 알리기에 바쁘다. 공식선거운동은 후보 등록일인 7월 21일부터 30일 자정까지다. 그러나 현직위원들은 지난 4년 간의 의정활동과 교육철학을 제대로 알리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신인 후보들은 더하다. 교육철학은 차치하고라도 교육위원 출마 사실을 알리는 데도 힘겹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이미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고, 출사표도 던져논 상황. 한 예비후보는 “다수 후보가 일선 학교장들을 만나러 다닌다”며 끙끙 앓았다. 물밑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 자기만 낭패볼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938개 학교 9626명의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사로잡을 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말이 선거운동이지 A3 크기 2장의 선거공보에 교육 마인드를 모두 담아내야 할 판이다.

이들은 교육위원이 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4년간의 노력이 허무하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소견발표회도 선거구별로 2회에 그친다. 발언시간도 단 15분. 한 예비후보는 태풍과 물난리에 이어 장마가 길어지면 학운위원들이 소견발표회에 참석하지 않을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고백했다. 선거구도 5개 안팎의 시·군을 묶어놔 웬만한 광역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에 버금가는 규모. 이들 시군을 넘나들며 선거운동을 하기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600만원에 이르는 기탁금과 부대비용을 감안하면 부담이 만만찮다고 했다. 뜻을 이루려는 후보들은 어쩔 수 없이 물밑에서 ‘학운위 모시기’에 분주하다. 명함 배부는 물론 홈페이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선거구내 학운위원들의 연락처를 손에 쥔 후보도 있다. 정작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만든 선거법으로 자칫 예비후보들이 초심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5대 경남도교육위원 선거가 탈법·타락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손질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박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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