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가산 산그늘 마을저녁 재촉하며 드리운다

울산포구기행-‘우가포구’

  • 입력 2011.02.15 00:00
  • 기자명 황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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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물밑이 어두워서 전복 채취는 꿈도 못 꾸겠네요.”

휴일을 맞아 갯바위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울산시 북구 당사동 우가포구 선착장.

해녀 유모(70)씨는 항아리처럼 생긴 우가포 선착장에서 태왁(해녀가 바다에서 일할 때 몸을 띄워 주기도 하고 바다 속으로 들어갔을 때 채취한 해물들을 물에 띄워 보관해 주는 일종의 뒤웅박)을 멘 채 숨비소리를 낸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벌써 전복 채취로 분주할 시기이지만, 기상 이변으로 물질을 하지 못하다 파도가 잠잠해져 겨우 미역을 딸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해녀는 낚싯대를 던지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낚시꾼 곁을 지나 바다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힘들다며 물질하는 것을 한사코 막는 딸의 손을 뿌리치고 미역을 따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간다.

해녀들이 물질에 들어가자 갯마을은 바람소리도 빨아들일 것 같은 적막감이 흐른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대신해 파도가 소리친다.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도 마을을 쉬이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우가포는 아담하고 소담스럽다.

우가포 항아리 밑동 부분에 해당되는 곳에 정박해 놓은 작은 배에서는 부부가 그물 정리 작업을 한다. 말을 붙이지 못하도록 부지런히 손놀림을 하는 부부는 서성대는 사람을 향해 거센 몸동작으로 멀리 떨어지라 말한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 청각장애인 부부다.

청각장애인 부부를 포함해 우가포에는 40여명의 어촌계원이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해녀는 12명 정도 된다. 이들은 자연산 어패류와 미역 채취로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치는 바람 맛이 여간 매운 게 아니다. 유난히 갯바위가 많고 파도가 거세다. 해서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미역과 어패류, 생선은 모두 자연산이다. 대여섯 곳의 횟집은 주로 여기서 잡은 자연산 고기와 전복 등 해산물을 판매한다. 언제나 싱싱하고 맛이 좋은 이유가 있었던 거다.

정감어린 갯바위가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운다. 우가포 바다에 떠 있는 질무섬, 이 질무섬의 서남쪽에 있는 고래 또는 ‘돈바우’, 돈방(돈바우) 서쪽에 있는 시내미돌인 ‘시할매돌’ 등 이름조차 정겹다.

이곳은 유난히 해가 짧다. 송림이 짙은 마을 위 우가산의 산그늘로 인해 어둠이 빨리 찾아드는 것이다. 낚시꾼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두운 곳을 골라 찾아오는 물고기 때문이다. 섭섭잖게 고기를 낚는 낚시꾼들은 돌아가는 발걸음도 가볍다.

2년여 전에 준공한 ‘우가어촌계 해녀의 집’이 바위산을 병풍으로 자리하고 있다. 해녀들이 물질하다 지치면 언제든지 쉴 수 있고 회원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는 나잠녀의 사랑방이다.

하얀색 건물과 유명 서예가와 서각가가 합세해서 만든 ‘우가어촌계 해녀의 집’ 현판 위로 햇살이 한줌 비친다. 선명한 글씨체가 가슴에 안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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