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길 칼럼] 절제된 육식이 인류의 미래 보장

  • 입력 2011.02.16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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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말 경북안동에서 발생된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그동안 확산을 방지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가 안간힘을 쏟았지만 매몰 처분된 소와 돼지는 300만 마리를 훨씬 넘어섰다. 지자체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취소되고 길목마다 방역초소를 세워 차단에 나섰지만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대재앙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산 생명을 땅속에 묻었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 이 같은 몹쓸 병이 왔는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하는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대재앙은 불고기, 삼겹살, 통닭으로 대표되는 우리 육식문화의 번창에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30여년 전만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제삿날, 누님이나 형님의 결혼식 날 먹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그 귀한 음식이 지금은 흔하고 흔해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났다.
얼마나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흔했으면 집에서 키우는 개도 고기 없는 날은 밥을 먹지 않고 눈만 이리저리 돌리며 반찬 투정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소비하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1990년 1인당 19.9kg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36.8kg에 달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72.8kg에 비하면 과히 놀랄만한 수치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끼니마다 육류를 안 먹는 날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육류 섭취량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지난해 기준 소는 300만 마리, 돼지는 1000만 마리, 닭은 1억40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이 엄청난 수요지만 그래도 쇠고기가 모자라 수입을 해 먹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적으로는 매년 550억 마리라는 육상동물이 인간의 식탁을 위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는 70억 세계인구의 여덟 배로 가히 충격적이지 아닐 수 없다.
육식문화의 번창은 가축사육방식도 대량생산 체제로 바꿔놓았다. 말 그대로 생명을 제품 찍어내듯이 하는 동물생산 공장이다.

외국에서는 ‘팩토리 팜’(factory farm)이라고 하는 이런 공장은 이 땅 어디를 가나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는 가축 가운데 대략 닭과 오리는 80%, 돼지는 70%, 소는 40% 정도가 이 같은 동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동물생산 공장은 가축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맛에게 맞게 만든다고 해야 옳다. 비좁은 축사에 갇힌 수 백 마리의 소와 수천마리의 돼지들은 수시로 사료를 먹이고 운동도 시키지 않는다. 빨리 살을 찌워 도축을 하기 위해서다. 사육기간이 길어지면 생산비만 더 덜기 때문이다.

동물생산 공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수명이 30년정도 되는 닭은 오래 살면 40~50일이다. 수명이 10년이 넘는 돼지는 6~8개월, 20여년 사는 소는 2~3년 안에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이 기간에 도축해야 육질이 부드러운 것만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비싼 값을 받기 위한 경제논리다.

사과 박스만한 우리에 5~6마리가 갇혀 있는 알을 낳는 닭은 부리 끝이 없다. 좁은 공간의 스트레스로 옆 닭을 쪼아대지 못하게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돼지들의 꼬리를 자르는 것도 보편화 되어 있다.
3~4평 남짓한 우리에 수십 마리가 갇혀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꼬리와 귀를 물고 뜯고 들이받는 불상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풀이나 여물을 먹고 되새김을 해야 할 소에게 매일 사료를 먹이니 위가 탈이 안 날수 가 없다. 소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항생제를 달고 있다.

한마디로 먹고 자는 것이 삶의 전부인 이곳의 가축들은 대부분 땅 한번 밟지 못하고 제대로 햇빛한번 보지 못한 체 식탁에 오르게 된다. 완전히 1회용 소모품인 셈이다.
이러한 사육환경은 면역력이 떨어져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돌았다 하면 걷잡을 수 없이 축산기반이 무너지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기가 일상화 되어버린 인간도 각종 성인병으로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어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육류 가공식품의 입맛에 길들어진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로인한 영양과잉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습관화 된 육식으로 인해 15세도 안된 아이들이 뇌졸중,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것을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왜 육식을 절제해야 하는지는 답은 명쾌하다.

이 모두다 인간의 식탐이 만들어 낸 결과다.

우리는 엄청난 생명을 죽일 수밖에 없는 구제역이라는 대재앙 앞에서 지금과 같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면서 생명을 제품 만들어 내듯이 하는 육식문화가 올바른지 이쯤에서 진지하게 한번쯤 돌아봐야 한다. 과다한 육식과 공장형 축산문화는 앞으로도 가축들의 생매장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동물은 보여도 그들의 생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하루에 수천마리의 동물이 생매장 돼도 그저 무덤덤하다. 불고기 집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이 성황이다.
이 대재앙 앞에서도 가축은 인간에게 고기 덩어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 중심적인 이기적인 사고는 앞으로 구제역보다도 몇 배나 더 큰 재앙을
불러오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맛있게 먹는 통닭과 불고기, 삼겹살은 많은 생명의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이다. 절제된 육식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지구촌의 미래를 위해 작금의 육식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육식이 일상화된 음식문화를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절제된 소박한 밥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상의 실천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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