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처럼 연기에 빠져들어”

영화 ‘만추’ 죄수 애나 역 탕웨이

  • 입력 2011.03.03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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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화 ‘색, 계’로 일약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중국의 미녀배우 탕웨이(32)가 4년 만에 돌아왔다. 1966년 이만희(1931~1975)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한국 영화 ‘만추’(감독 김태용)를 통해서다.

이 영화에 탕웨이는 살인죄로 복역하다 7년 만에 휴가를 나온 죄수 애나로 등장, ‘제비족’ 훈 역의 배우 현빈(29)과 호흡했다.

4년이라 탕웨이의 혼을 불사르는 연기는 ‘색, 계’를 통해 만개했다. 거장 이안(57) 감독이 무명의 신인인 그녀를 ‘색, 계’의 주연으로 낙점한 것이 선견지명이었다면, 권위 있는 베니스국제화제가 신인여우상을 안겨준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번 ’만추‘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왔다. 오열하면서 7년간 억눌렸던 한을 한 번에 쏟아내는 장면이다. 너무도 진지하고 실제 같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 장면의 촬영을 여러 번 반복했다면 (나는)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탕웨이가 마냥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다.

“친구들은 내가 마약하는 사람 같다고 말한다. 연기를 할 때 마약하는 사람처럼 빠져있다는 말이다. 친구들이 캐릭터에 너무 빠지는 건 독이라며 작품을 자주 하지 말라고 조언해줬다.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더라.”

하지만, 탕웨이는 이 작품을 앞두고도 그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나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 10년 동안 시애틀에서 산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해 몸소 부딪쳤다. “미국에 이민을 한 경험이 없기에 촬영이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시애틀로 건너가 생활했다. 그곳 사람들과 얘기도 나눠보고 시장도 가보는 등 최대한 애나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해된 것 같은 순간 애나에게 나를 던졌다.”

이런 노력으로 애나에 완벽 빙의했기 때문일까, 탕웨이는 앞서 언급한 오열 연기가 훈이 곁에서 든든히 버텨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가능했었을 것이라는 설명 외에도 현빈이 연기한 훈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냈다.

“애나라는 인물 자체가 연기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적막과 고독 속에 있는 인물이 아닌가. 때문에 정말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애나는 휴대폰이 있어도 울리지 않는다. 곁에 누구도 없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훈이 나타나는 거다. 그는 천사다. 실제로도 훈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상형에 관해서도 “이상형을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훈 같은 사람이 좋다. 함께 있는 것 자체로 안정감을 주고 기댈 수 있는 사람. 훈은 애나를 구원해주지 않는가.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훈은 유머러스하니까 유머도 있었으면 좋겠다”고까지 했다.

탕웨이는 “난 현빈이 천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훈을 현빈과 동일시, 애정이 생긴 것은 아닐까. 그러나 역시 얘기는 끝까지 들어야 했다. “그 정도로 훈이 좋았다. 왜냐하면 그가 연기한 훈이 천사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으니까. 세상에 마음의 문을 닫은 애나에게 훈은 천사다. 실제로도 훈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 지금도 현빈이 천사처럼 보인다.”

‘주원앓이’도, ‘현빈앓이’도 아니다. 탕웨이는 ‘훈이앓이’ 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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