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를 꿈꾸며

  • 입력 2011.03.28 00:00
  • 기자명 장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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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에 놀라워하면서 차츰 잃어가는 인간미를 아쉬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세상이 전개되어 간다. 초고속 인터넷, 300㎞/h가 넘는 기차, 마하를 넘나드는 비행기 그리고 자동차.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세계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휴대전화로 알 수 있고 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이었던 기성세대들은 디지털 문화의 어색함에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자괴감마저 느낀다.

최첨단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세계를 호령하던 이웃나라 일본이 장엄한 자연의 힘 앞에서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우리는 보았다. 어쩌면 이것은 자연이 새로운 기술과 최첨단 기계로 자연을 다스리려 하는 인간의 교만한 모습에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지진을 보면서 자신을, 우리를, 세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조금만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기자는 시골 한적한 마을 귀퉁이에 외로이 걸려 있는 우체통을 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묵묵히 본분을 다하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예전 어른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깨알 같은 글씨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부치고 답장을 기대하며 집배원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요즘처럼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바로 확인하는 조급함이 아니라 편지를 통해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글씨연습도 하고 문장력을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로 불렀다. 그 시절 사람들 사이에는 정(情)이란게 넘쳐났던 같다. 디지털시대 사람들이 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 휴대 첨단장비들로 인한 개인주의 성향이 팽배해져 그 정 또한 개인적인 성격으로 바뀐 것 같다.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과 마음이 교감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성세대와 다음세대가 소통하는 사회, 관(官)과 민(民)이 협동하는 사회, 남(南)과 북(北)이 동(東)과 서(西)가 화합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산청군을 바라보면 희망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와 모두의 염원인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한방약초축제 등 일련의 행사를 앞두고 관과 민이 협력하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사회단체들이 같이 고민하여 행사를 준비하려는 모습이 보여진다. 모두가 희망에서 행복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 모두는 디지로그(digilog)가 돼야 한다.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ue) 모두를 포용하는 디지로그(digilogue)여야 한다.

노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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