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아름다워 ‘미인도’…물 속까지 곱구나

울산포구기행-‘일산포구’

  • 입력 2011.04.05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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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주전 보밑포구 아래로 여러 작은 어촌마을이 있었으나 세계 최대 조선회사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면서부터 사라지고 없다. 보밑포구와 이어지는 포구는 일산포구다.

일산포구는 해수욕장으로 인해 연중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옛날에는 아름다운 일산에 임금과 왕후 그리고 왕세자가 행차할 때면 자루가 긴 양산으로 해를 가리는 의장을 받쳤다. 이로 인해 ‘일산(日傘)’이라 했고, 지금은 한자를 달리해 일산(日山)으로 표기하고 있다.

선착장 인근에 연면적 2800여㎡ 지상 2층 규모의 일산활어회센터가 지난해 개장됐다. 1층에는 회직판장 40곳, 구이집 2곳, 2층에는 초장집 4곳이 성업 중이다. 특히 주변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하는 테라스가 꾸며져 있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성광(72) 일산어촌계장은 “일산은 물이 맑고 고기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거의 자연산을 쓰는 횟집이 많다”며 “지금까지 정직한 손맛과 최선의 서비스로 인해 좋은 반응이다. 일산수산물센터를 동구의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회센터에서 보는 바다는 기암괴석으로 인해 유난히 아름답다. 아름다운 바위섬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름도 ‘미인도’다. 그 옆에는 애절한 모습으로 미인도를 지키는 총각바위가 자리한다.

‘미인도’는 바위가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일산 일대 미인들이 자주 찾았다 해서 지명이 됐다는 설이 있다.

바닷길 돌밭을 걸어가면 ‘민섬’ 횟집이 있는데, ‘미인도’를 마을 사람들이 ‘미인섬’, ‘민섬’이라 불러 ‘민섬’이라고 상호를 지었다.

민섬횟집으로 가는 길이 여간 험난하지 않다. 그럼에도 돌밭 길을 걷는 것이 싫지 않다. 바다 속 모래알조차 고운 맑은 바다, 마음 속 고향과 같은 바다향이 바람에 실려 온다.

돌밭 길을 걸으면서 내는 소리에 괭이갈매기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새들끼리 서로 언어를 교환하고 있는지 꽤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횟집에 다다랐을 때 즈음 신기하게도 새들은 대화를 멈추고 다시 고독한 새(鳥)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새들끼리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 싶은 것일까. 그들의 망중한을 방해한 것 같아 머쓱해진다.

횟집에서부터 경사길에 올라서면 삼국통일 후 신라왕들이 즐겨 찾았다는 어풍대다. 거센 동해의 파도에 수만년 동안 시달리고 시달린 기암들이 즐비한 어풍대 일대에 지금은 횟집 이름으로 전설이 담긴 ‘어풍대’를 사용하고 있다. 식당 어풍대에서 보는 바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비경이다.

동으로는 드넓은 저 바다/뗏목 타고서도 더 나아갈 수 없구나/다만 돋는 해를 볼 뿐인데/울릉도에 간 사람도 있다고들 하는구나/바위는 물결 속에 반이나 꽂혀 있고 소나무는 만리 바람을 안고 서 있네/신선 행차에 바람과 구름을 기다려야 한다니/나는 앉아서 천지 원기(元氣)나 맞아야겠네(홍세태 시인의 한시 ‘어풍대’ 전문)

어풍대 아래 바다에는 20여명의 나잠녀들이 전복, 해삼, 군수 등 해산물 채취에 여념이 없다. 어촌계에서 해산물 채취 적일로 정해 보트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채취작업을 하고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위에 오리발이 보이고 하얀 태왁이 일대 바다를 수놓고 있다. 이미 바위섬 위에는 나잠녀들이 바쁘게 수확한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누가 가장 큰 전복을 잡았을까’ 큰 전복을 채취한 한 나잠녀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시선이 정감어리다.

일산해수욕장을 휘돌아 언덕길에 올라서면 ‘댕바위’ 공원, 즉 ‘대왕암 공원’으로 진입하는 길이다. 대왕암 공원 입구에는 울산 12경인 아름드리 소나무가 먼저 반긴다. 언제 찾아도 기분 좋은 솔밭 길이다.

김모(53·북구 연암동)씨는 울기공원 솔밭길은 1970년대 인기 높았던 김희갑·황정순 주연 ‘꽃피는 팔도강산’의 촬영지였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소중한 솔밭이라고 설명했다.

솔밭길을 지나면 아름다운 등대 두 동이 반긴다.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등대 아랫길은 산책로와 대왕암으로 가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그 양 갓길 아래 해안에는 알록달록 큰 양산이 수를 놓고 있는 가운데 노천해산물 상인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고 한 점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왕암 주변 바위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오랜 세월 대왕암과 함께 전설을 남기고 있다. 시원한 해풍에 전설 하나가 뚝 떨어진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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