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끝나 다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서 유부남과 열애한 장녀 역 박하선

  • 입력 2011.04.21 00:00
  • 기자명 강종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브 신, 키스 신이 싫었는데…배우를 그만둬야하나 했어요.”

탤런트 박하선(24)은 극중 상대남우와 신체를 접촉하는 것이 싫었다. 드라마 ‘멈출 수 없어’의 유건(28), 영화 ‘주문진’의 김기범(24)과 억지로 키스를 했다.

“주로 남자가 리드하는 키스 장면이었는데 경험도 많을 것 같고 해서 그냥 맡겼어요. 끝나고 나니 여자로서 무척 혼란스러웠죠. 키스 신, 러브 신을 촬영할 땐 집중해서 몰랐는데 나중에는 징그럽고 싫고 ‘내가 뭐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2년 전 상황이다. 이제는 여배우로서 운명이라고 수용한다. 어느 순간 힘들게만 여겨지던 그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배우를 하면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분명 사랑 얘기일 텐데 그만둬야 하나 했다가 두 번의 고비를 넘기니 용기가 생겼다”면서 “이번에는 촬영할 때만 집중하고 바로 잊어버렸다”며 웃었다.

박하선은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감독 민규동)에 직장 선배인 유부남(박혁권)과 사랑에 빠져 가족을 소홀히 하는 장녀로 나온다. 그를 만난 지 두 번 만에 과감하고 격정적인 키스를 하고 등이 드러나는 드레스 차림으로 섹시한 매력을 뽐내기도 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고, 드라마 ‘동이’의 왕비 이미지 덕분에 단아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다 이번에 잠복해 있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냈다. 상황별 성격이 제 각각이니 자신의 색깔이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힘들다는 고백 그대로다. 상투적 표현으로 딱 팔색조, 카멜레온이다.

현실에서도 몇 번 사랑을 해봤지만, 털어놓을 리 없다. “그런 얘기하면 아빠한테 혼난다”며 어린이처럼 눈웃음을 친다.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저는 현재까지 두 번 만났는데 키스하면 안 되는, 아니 못하는 애에요. 나이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유부남을 만나면 그 부인이나 우리 엄마, 여자로서 제 인생 모두 불쌍할 것 같아요. 도덕적 시선들도 감수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 관계가 비극으로 끝나 좋았어요.”

격렬한 입맞춤, 아찔한 드레스에 대해서는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상황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을 때 있잖아요. 섹시하게 보이고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옷을 벗을 때도 있을 테고요. 그런 연장선상”이라며 야릇한 상상을 자연스럽게 차단했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도 없지만 아까운 것은 있다. “이 역할을 맡았던 게 여자가 헤어짐을 고하자 남자가 집 앞에 와서 우는 장면 때문이었어요.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는데 사용되지 않아서 아쉬워요.”

박하선은 “민 감독이 딸의 사랑보다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더 맞춘 것 같다”고 짚었다. 타당하다고 본다. 스스로도 자신의 사랑보다는 엄마(배종옥)의 고통이 더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박하선은 특히 “엄마랑 찌개를 끓이는 신과 자동차 장면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며 “감정이 안 잡혀서 힘들었는데 배종옥 선배가 다독이면서 안아줘 잘 끝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언젠가는 박하선도 어머니 배역을 맡아야 한다. 배종옥(47)의 카리스마와 다정다감한 성격에 거듭 감탄하며 자신도 엄마 역을 맡으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물론 그 전에 지금 나이대에 맞는 밝고 상큼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영화제 MC도 해보고 싶어요. 특히 청룡영화상이요. 재밌을 것 같아요. 헤헤헤.”

뉴시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