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삼킨 구글…스마트폰 시장 요동

구글 OS 접목 스마트폰…시장 재편 불가피

  • 입력 2011.08.23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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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그간 운영체제(OS)만을 공급해오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 온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개발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애플과 MS처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력을 모두 갖추면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번 인수와 관련 구글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허 전쟁에 맞서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래리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가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1973년부터 휴대전화를 개발해 온 모토로라는 현재 1만6000여건의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갖고 있어 최근 애플이 삼성, HTC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 소송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이유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구글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와 LG전자, HTC 등 안드로이드 협력사 대표들은 “안드로이드와 파트너를 보호하려는 구글의 헌신적인 노력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일제히 보냈다.

그러나 속내는 동상이몽일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는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씁쓸함 또한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함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구글과 협력사이면서도 직접 판매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OS가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기 때문에 구글이 자회사인 모토로라 모빌리티에 힘을 실을 경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OS의 최신 개발 정보는 물론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업데이트에서도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타사에 비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어 그간 부진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반격이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폰이라 불렸던 넥서스S의 후속작 개발도 모토로라가 맡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넥서스S는 삼성전자가 개발을 맡았지만 구글이 하드웨어 개발력이 있는 모토로라를 제쳐두고 다른 업체에게 이를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넥서스S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라는 점을 미뤄볼 때 넥서스S의 개발을 모토로라가 맡게 되면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모토로라의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순위는 7~8위, 1·2위를 다투는 애플과 삼성에 비해 점유율이 낮지만 6위인 LG전자는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단말기 개발 기회 등 혜택을 모토로라에게 제공할 가능성이 크고, 경쟁사들은 이에 비해 기술지원이 뒤쳐질 수 있다”며 “삼성은 이미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확보했지만 모토로라와 비슷한 점유율인 LG전자에게는 이번 인수가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협력사들의 동요를 예상해 안드로이드를 계속 개방 플랫폼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또 39개 제조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모토로라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최근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에 든든한 우군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며 “그러나 구글이 단말기 제조를 병행한다는 사실은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에게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OS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 이건희 회장 긴급회의 주재…삼성 전자의 선택은?

이에 따라 전 세계 스마트폰 업계의 시선은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현재 애플과 더불어 갤럭시S 시리즈의 선전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제조업체 삼성전자의 결정에 따라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점쳐지고 있다.

‘오바마폰’으로 유명한 스마트폰 업체인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사를 인수하는 것이 첫 번째 옵션이다. RIM사는 자체 스마트폰 OS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시장점유율이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매물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사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추는데 혈안이 돼있는 만큼 매물로 등장한 RIM은 삼성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 등에게 소프트경쟁력 강화를 위해 M&A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을 미뤄볼 때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는 기존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OS 바다에 전념하는 것이다. 이 회장이 지난달 29일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소프트웨어 기술력, S급 인재, 특허 등을 악착같이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 바다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로 미비한 수준. OS시장 점유율 1·2위인 애플과 구글은 둘째 치더라도 윈도우 OS와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또 바다 OS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애플과 구글에 대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확보와 다방면에 걸친 글로벌 마케팅, 현지화 등 과제가 산재해 있다.

이에 따라 두 번째 선택과 병행하면서 진행시킬 수 있는 세 번째 선택이 MS와 손잡고 윈도우OS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의 개방형 플랫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100 퍼센트 신뢰하기는 어렵다. 제조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당초 발표와 달리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윈도우 OS를 구글에 대한 안전장치로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MS역시 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만큼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합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IT 시장에 큰 변화”라며 “현재로서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 논할 수 없지만, 이건희 회장이 최근 선진제품비교전시회에서 언급한 내용이 앞으로 삼성이 나아갈 기본 방향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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