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영화 맞먹는 스펙터클 뮤지컬 ‘조로’

어드벤처 뮤지컬 표방 영화적 활극 표현

  • 입력 2011.11.08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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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점점 영화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영화 제작비와 맞먹는 수십억원을 쏟아 부어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특히,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상장치 사용이 두드러진다. 영상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큰 무대의 외연을 확장한다. 일부 작품이 과도한 LED 영상의 남발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뮤지컬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4일 개막한 하반기 최대 화제 뮤지컬 ‘조로’는 이런 영상을 사용하지 않고도 영화의 인상을 풍긴다. 어드벤처 뮤지컬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움직임, 무대 장치의 재빠른 변환 등으로 영화적 활극을 무대 위로 오롯하게 옮겨왔다.

의자와 벽 등을 이용, 동선이 화려한 검술을 선보인다. 각종 와이어와 줄을 사용해 무대를 상하 또는 좌우로 폭넓게 쓴다. 앙상블 25명이 함께 선보이는 스페인 전통춤 플라멩코와 현란한 탭댄스는 무대에 화려함을 더한다.
실제 불꽃이 타오르는 ‘Z’ 플레임과 십자가와 다리의 전복 장면, 마술쇼, 영화의 페이드 아웃을 연상시키는 무대 전환 등 기술이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다. 그보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땀냄새가 묻어나는 배우들의 육체성과 이런 숨은 기술을 이용, 아날로그적인 고전 영화의 매력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뮤지컬의 스펙터클이 화려한 영상 등 눈에 보이는 디지털 기술을 앞세워서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밤볼레오’, ‘바일라 메’ 등 전통 플라멩코 리듬에 현대적인 팝 선율을 가미한 라틴 음악계의 거장 ‘집시킹스’의 음악도 일품이다. 라이선스인 이 작품의 한국 공연에는 뮤지컬 작곡가 오상준씨가 2곡을 새롭게 추가했다.
타이틀롤인 ‘뮤지컬계의 보증수표’ 조승우(31)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섹시한 조로 역을 무난히 소화한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아니지만 매번 적절히 감정을 배합시킨 호소력 짙은 노래 실력은 여전하다. 움직임이 많은 작품이라 호흡이 가쁠 텐데도 대사 리듬과 발음에 문제가 없다. 각종 애크러배틱 기술은 장면 전환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90% 이상 직접 해냈다.

조승우와 함께 조로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능청스러운 박건형(34), 물오른 김준현(34)도 자신만의 조로를 각인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조로’는 남성성이 짙은 작품이다. 하지만 여배우들의 활약도 그 못지 않다. 디에고가 조로로 변신한 것을 모르고 디에고와 조로를 동시에 사랑한다는 데 괴로움을 느끼는 ‘루이사’ 역의 뮤지컬배우 조정은(32)은 청순함을 뽐낸다. 집시 ‘이네즈’ 김선영(37)은 섹시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과시한다.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모습으로 악당을 물리치는 조로는 영국 통속소설 작가 존스턴 매컬리에 의해 탄생했다. 그가 1919년 발표한 5부작 단편소설 ‘카피스트라노의 저주’에 등장하는 스페인 귀족 돈 디에고가 원형이다.
자신이 태어난 상류 계급을 떠나 독자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가다 라몬의 악행으로 고통 받는 민중을 구하기 위해 돌아오는 캐릭터다. 아버지의 복수와 고향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여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 간다.
극은 이런 진지함을 마냥 묵직하게만 풀어내지 않는다. 웃음 코드를 종종 삽입, 적절히 흥을 돋군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의 지루함을 상쇄시켜주는 환기 효과도 있으나 작품을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경향도 있다. 대작임에도 이런 점들 때문에 다소 고급스러움이 덜어졌다.

서울 한남동에 새로 들어선 뮤지컬·대중음악 전용 공연장 ‘블루스퀘어’의 개관작이다. 서울시 첫 민자사업 공연장으로 인터파크 씨어터가 지었다. 음향 수준은 등 신설 극장답게 우수했다. 그러나 1761석의 삼성전자홀 3층 좌석은 시야를 가려 공연을 관람하기에 불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부 장면은 관객들이 일어서서 봐야 할 정도라는 의견도 있다.
‘조로’는 ‘위 윌 록 유’, ‘킹 & 아이’ 등의 뮤지컬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렌셔가 연출을 맡아 2008년 첫선을 보였다. 한국 공연의 연출은 ‘지킬앤하이드’ ‘스팸어랏’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스완이 맡았다. ‘미스 사이공’, ‘서편제’ 등에 참여한 음악감독 김문정씨가 힘을 보탠다. 뮤지컬배우 구원영, 문종원, 최재웅, 이영미 김봉환 박성환 등이 출연한다. 3만~13만원. 쇼팩. 02-548-114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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