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선물은 그녀를 잡을 수 있다

명품 선물 · 결별 · 남은 카드 할부값 어쩌나

  • 입력 2011.11.09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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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씨는 첫눈에 홀딱 반한 예쁜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대기업 입사 3년차의 얼마 안 되는 연봉으로는 감당하기 벅찬 고가의 명품백을 12개월 할부로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외모가 뛰어나 뭇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온 그녀에게 명품백의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가고, 할부금만 남았다. 매달 카드 고지서를 볼 때마다 K씨는 씁쓸함과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고가의 명품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려고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면서….
50대인 능력 있는 재혼남 L씨는 30대의 백조 재혼녀를 만났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그녀의 생일이 왔다. L씨는 수백만원대 명품 의류를 선물했고, 내심 투자한만큼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뜨뜻미지근했고, 실망한 L씨는 선물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20년 이상 어린 여자 만나면서 이 정도를 아까워하느냐?”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도착한 그녀의 문자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반품도 안 되고, 남자가 여자옷 입을 수도 없는데, 재활용해서 다른 여자 주시게요?”

20대 후반의 직장여성 O씨는 얼마 전 전문직 남성을 소개받았다. 소탈한 성격의 그녀로서는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만남 첫날 1인 20만원대 식사를 하는 그가 좀 과하다 싶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세번째 만난 날 그가 내민 선물이었다. 쇼핑하다가 예뻐서 샀다는데, 30만원짜리 머리핀이었다. 그녀는 그가 너무 물질로만 환심을 사려는 것 같아 성의 없어 보이고, 기분이 나빴다.
물론 그는 진심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는 그를 보면서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여자를 만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정중히 선물을 거절하면서 그와 헤어졌다.
남녀가 쿨하게 헤어지는 게 참 힘든 모양이다. 특히나 사귀는 동안 주고 받은 게 많은 연인들은 헤어 질 때 대차대조표 같은 것을 따져보게 된다. 받은 것은 뭐고, 준 것은 뭐고, 돌려줄 것은 뭐고 하는 계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값비싼 명품이 등장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준 사람은 본전 심리에 아까워하고, 받은 사람은 돌려줄지 말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헤어진 후에도 뒷말이 무성해지게 마련.
또 하나,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통신 네트워크의 대중화는 21세기 데이트 문화를 바꿔놓았다. 헤어진 후에도 서로의 근황을 자꾸 접하게 되므로 완전히 잊는 데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대학시절 퀸카로 날린 여성이 있었다. 많은 남성들을 차버렸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의 미모도 사그라들어 평범해졌다. 그러던 중 자신을 좋아했던 한 남성이 사업성공과 유산상속으로 승승장구한다는 것을 알고는 뒤늦게 후회를 했다.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속상할 일도 없었을 것을.
가슴 뜨거운 청춘들이 어떻게 한 사람만 사귀고 결혼을 하겠는가. 더구나 요즘 같은 자유연애 시대에 말이다.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면서 헤어지는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정말 쿨하게 헤어질 수는 없을까.

무엇보다 쿨하게 만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감정은 쿨해서는 안 되고, 물질적인 면에서만큼은 좀 냉철해지자. 선물은 마음의 표현이므로 사랑하는 사이에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단, 선물은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주고 받자. 어느 회원의 말이 정답이다.
“선물 하는 그 순간의 좋은 감정과 마음으로 만족하고, 선물 준 다음에는 뒤끝 없고, 나중에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 같으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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