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골지역 학교폭력 ‘무풍지대’

승인2012.02.24l수정2012.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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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중학교 2학년 김 모 양(15)이 뛰어내렸다. 죽은 김양은 평소 친구들에게 맞고 학용품과 휴대전화를 뺏기는 등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김양의 부모는 딸이 자살하기 전에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 학교에 얘기했다. 담당 교사는 실제로 학교에서 폭행을 당했냐고 아이들 앞에서 김양에게 물었다.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김 양은 부모와 학교에 일렀다는 이유로 더 괴롭힘을 당했다. 김 양이 자살한 후에도 학교는 교통사고로 죽었다며 쉬쉬했다. 처음에 부모가 말했을 때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학교폭력과 왕따가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른 데는 이처럼 학교와 교육당국의 소극적인 대처와 무관심이 영향을 미쳤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2008년 8813건, 2009년 5605건, 2010년 7823건. 수치만 보면 2009년에는 문제가 크게 줄었지만 첫 발표 이후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학교가 보고 자체를 기피한 결과라고 청소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생 사이 폭력과 왕따 문제를 방치하거나 소홀히 처리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징계를 받는 일도 거의 없다. 얼마 전 이일로 인해 해당학교 교사가 학교폭력을 방치 했다는 이유로 경찰은 직무유기죄를 적용해 당시 담임을 입건했다. 당연히 교원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원단체는 즉각적인 반발보다는 왜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는지 깊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사숙고하라는 말이다.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 해 보면 우리나라는 ‘그것까지 어떻게…’하는 책임회피식 무책임의 태도로 일관하고, 우리나라만큼이나 학교폭력이 심각한 미국은 ‘그것도 어떻게든…’식의 무한책임을 진다는 모습으로 비교된다.

비단 학교폭력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학교폭력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 일선 학교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그동안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었다. 위기의 발생 시 적극적인 위기의 개입보다는 숨기는데 급급히는 모양을 보여 왔던 것이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자살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와 경찰청, 교육 관계기관에서는 부랴부랴 대책이라고 내 놓고는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이 돼 버렸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도시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골학생들의 학교폭력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지 못해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들을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관내 모 고등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한 학생의 자살로 지역에 충격을 줬던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시골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지역이나 학교, 교육청에서 쉬쉬하는 바람에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지 못하였고, 경찰에서 조차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 자살사건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피해자 부모의 마음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기게 되었다.

시골 청소년들은 방과 후 갈 곳이 없다. 일선 학교에서도 방과 후 교외지도 활동은 형식적으로 간간히 이루어지고 있거나, 아예 교외지도 활동은 없다. 해당 교육청에서도 일선 학교에만 미룰 뿐 대책이 없거나 세워져 있는 대책은 전시행정에 가깝다. 교외지도를 담당해야 할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 보다 먼저 퇴근을 한다. 인근 도시에서 출· 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서 시골지역의 학생들은 학교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거나 심하게 말한다면 학교에서 방치 되어 있다.
지난 14일 산청군교육지원청에서는 산청군과 산청경찰서 그리고 교육청의 기관장과 관계자들이 모여서‘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 거리를 배회하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때, 모여서 기념촬영 등 서류상으로 다짐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라도 모여서 협약식을 통한 결의를 다지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야 났겠지만 진정으로 다음세대를 위해 고민하고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산청 노종욱기자이민섭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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