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산책]다시 축제를 생각한다

  • 입력 2006.08.08 00:00
  • 기자명 권경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심 붙들기에 급한 기초단체장들과 그들의 심리를 노린 상혼이 야합하여 각종 축제들을 무분별하게 양산해 놓았다. 같은 시군 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이웃 시군의 축제와 유사한 것들이 많아 관광자원으로서 희소가치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아까운 세금으로 ‘먹고 마시자’는 식의 행사가 계속 되는 사이에 특정 축제를 특정인이 기획연출하여 새로운 축제귀족이 탄생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축제를 열고 있는 시군에서는 유사축제는 통폐합하고 특색이 없는 것은 폐기해야 한다. 그래도 명맥을 이어가려는 축제는 제 고향으로 돌려줘야 한다. 원래 우리나라 축제는 마을단위로 이루어졌다. 축제에 드는 비용은 전 마을 사람들이 추렴해서 사용하였고 일종의 ‘계’의 형태로 민중의 품속에서 성장해왔다.

일제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문화유산들이 급격히 훼손된 것을 꾸준히 복원해오다가 지방자치제가 실시됨과 동시에 급격히 늘어났다.

몇 사람이 앉아서 술을 먹다가 우리도 축제 하나 만들자 하며 의기투합하면 새 축제가 하나씩 태어났다. 그러다 보니 축제 관계자들은 지역에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하고도 이권을 챙긴 토호들 중심일 수밖에 없다.

축제는 철저한 두레정신에 입각하여 재정을 시군에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자립자족해야 한다. 시군 재정에서 지원하다 보니 불필요한 축제가 자꾸 생길 뿐 아니라 기금이 모아지질 않고 있다.

마을 단위에서 축제가 열리면 전 마을 구성원들이 축제의 일원으로 각자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면에 시군단위에서 개최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중으로 전락해야 하는 등 응집력 결속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축제가 마을단위로 이루어진다면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몇 개 면이 어울려 열 수도 있고 고집스런 마을에서는 자기 마을의 축제를 이어갈 수도 있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하동의 녹차축제 같은 것은 녹차를 따는 봄에만 할 것이 아니라 일년 내내 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하동군 단위의 행사가 아닌 화개면 단위의 축제가 알맞을 것이다.

지방 축제의 효시라는 진주의 ‘개천예술제’ 역시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특색이 없다. 전통이 있는 만큼 성취도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축제란 고여 있는 물과 같이 생길 때부터 주변여건이 급변한 지금까지 그 장단에 그 콩나물이 되어 버리면 안 된다.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경남 도내에서 행해지는 축제 중에 개천예술제와 유사한 축제가 시군에 한두 개는 다 있다. 개천예술제도 인기가 떨어져 가는데 여타 지역의 축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축제가 마을단위로 열리면 가장 잘된 축제 하나를 골라 이듬해 그 시군의 지정축제로 정한다면 온 시군민이 고르게 축제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축제가 너무 많다. 시군 단위의 축제는 일년에 한 번이면 족하다. 축제에 들어가는 돈으로 마을마다 소극장을 하나 짓는다든지 어머니악단을 하나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정신건강에 유익할 것이다.

또한 축제마다 양념처럼 예술부문이 끼게 된다. 축제조직위원회에서는 이 경우 각종 예술단체(문학, 미술, 음악, 국악, 서예, 연예, 연극, 사진, 무용 따위), 세칭 한국예총과 거기에 가맹한 단체 관계자들에게 맡겨 버리고 있다. 또한 단체의 이름으로 참가하지 않으면 축제에 낄 기회가 적어진다. 예술단체 주최의 소외가 생기는 것이다.

참가하는 전 품목이 해마다 그 분야의 최고 축제는 될 수 없다. 되어서도 안 된다. 분야별로 돌려가면서 한 번씩 최고 축제의 면모가 살아날 것이다.

온갖 잡다한 축제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운영을 못하는 것을 볼 때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다.

정규화/시인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