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의 저력은 인류애로부터

  • 입력 2006.08.08 00:00
  • 기자명 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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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인 서문평(45)씨는 연매출 10조원 이상인 대형 주택건설업체 세키스이(積水)하우스가 건설한 맨션의 애프터서비스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2월에 맨션 수리설명을 위해 오사카에 있는 한 맨션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당한다. 서문평이라는 한국이름이 쓰인 명함을 내밀자 이 소유자가 대뜸 ‘너는 뭐하는 사람이냐’, ‘누구를 고용하든 자유지만 왜 한국식 이름을 쓴 사람이 손님 앞에 나서는가’, ‘명함에 이름을 작게 써라’는 등 2시간에 걸쳐 차별발언을 들어야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회사측은 여러 차례 차별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고객은 거부하였다. 이에 서씨가 차별적인 발언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위자료 등을 요구한 소송을 하자 기업이 전폭지원 하겠다고 나섰다. 참으로 대단히 용기있는 기업이다. 진정한 일류 기업이기에 가능한 조치이다. 이는 기업이 가진 인류보편 타당성의 진리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객만족이라는 이름 아래 고객의 어떠한 부당 요구도 감수하고 용인하는 것이 지금까지 기업 이미지관리를 위해 묵인된 관례이다.

근무 중인 사원이 차별발언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것에 대해 회사가 소송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타산지석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참으로 좋은 교훈을 준다.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산업 연수생들에게 글로벌 스탠다드의 관점에서 인사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들이 귀국하였을 경우 열렬한 한국의 옹호론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혐한(嫌韓)에 앞장서는 적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동안 외국인 연수생을 받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참으로 보편타당한 문화를 보여주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제 기업은 민족이라는 단어보다는 인류라는 단어를 매일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시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용기있는 기업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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