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카타르시스랄까. 가슴에 칼을 꽂아 놓은 작품을 보면 시원하다"고 한다. 자신의 짧은 머리는 "발광이 나서 깎았는데 12년 정도 되니까 기르기 싫어졌다"고 한다.
나무 조각가 송진화(50)는 나무에 기쁨, 슬픔, 분노 등 그때그때 느끼는 여성의 심리적인 상황을 새겨 넣는다. 대부분 눈이 퉁퉁 부어있는 까까머리 인체 조각들은 춤을 추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에 매달려 있다. 작품은 자화상이다. "내 이야기를 한 거니까…. 일기 같은 거? 그때그때 감정을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형상은 "나무가 얘기해 주는대로 깎는다. 내가 똑똑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얘기는 모르고 내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렇게 나오더라"며 웃는다.
전공은 동양화다. 스티로폼에 한지를 붙이는 한지부조 작업을 했지만 의미를 못 느껴 그만뒀다. 작업에 대한 의문으로 환장할 즈음 인사동 목인박물관에서 본 목각인형에 매료돼 나무를 깎아봤다. 꼬질꼬질한 각목 하나를 주워 우물 딱 주물 딱 깎았는데 아주 예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무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작품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홀로서기 여성의 심리적인 상황을 담은 탓인지 위태위태한 삶을 연상케 한다. 행복하고 절망해야만 한 삶의 순간을 내밀한 표정과 몸짓으로 깎아낸다. 즉발적인 작업이다.
나무는 이곳저곳에서 주워온다. 어린이 놀이터 늑목이거나 누군가의 집 자개 장농 문짝 등 자신의 몫을 다한 나무들이다. 충청도 개심사 해우소에서 가져온 것도 있다. 하루 작업시간은 15~16시간이다. "손은 항상 근질근질하다. 팔이 몸에 붙어 있지만 자기가 일을 하고 싶은지 알아서 움직일 정도"라고 너스레를 떤다. 작업실은 서울 상계동 아파트 관리실이다. 5~6평 규모로 열악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긴다. 약간의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작업장을 애인으로 표현한다. "처음 작업실 얻고 나서 사랑에 푹 빠졌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크고 작은 나무 조각작품 55점을 곳곳에 설치했다. 전시 제목은 '열꽃'이다. "속에서의 이상 징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진행형의 현상이다. 내 작업행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