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입력 2012.03.22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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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의 원래의 의미는 ‘봄이 왔지만 만물이 변한 것이 하나 없어 전혀 봄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즉 ‘봄이라고 하는데 전혀 봄 같지가 않네’하는 의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봄이 왔으되 내 마음엔 봄이 오지 아니하고 있다’는 뜻으로 뭔가 아쉬운 마음의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시에서 나오는 말인데 중국에서는 세간에 회자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우리가 겪은 시대상황과 국민정서에 들어맞았음인지 ‘춘래불사춘’이 의례히 봄이면 들리는 말이 되어버렸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도 사실은 비슷하다.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의 황무지라는 장편 서사시의 제1장 ‘死者의 매장’의 첫 구절이다. 전쟁 후 인간의 도덕, 존엄 모든 것들이 파괴되고 잠들어버린 망각의 死者의 무덤을 봄이 되어 일깨우고 황무지를 다시 바라 봐야하는 심경을 읊은 것인데, 흔히 세간에는 봄에 대한 연심의 상념처럼 사용되고 있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도 봄은 왔다. 아직 높은 산 여기저기에는 녹지 않은 눈들이 지척의 꽃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 왔다. 그 봄소식이 산청군에도 전해진다. 지난 19일 산청군과 한 건설업체와의 옛날 여고부지에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 건립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옛날 산청여고부지는 2008년 산청고와의 통합 이후 오랜 기간 흉물스럽게 방치되었었다. 그동안 여러 업체들이 그 부지에 아파트를 건립한다! 안한다! 무성하게 연기만 피우고 계속 답보상태로 도시의 흉물로 방치 되던 것이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산청군의 랜드 마크로서의 꽃봉오리를 맺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산청군은 협약식 체결로 인해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만족해만 하지 말고, 혹이나 발생될 수 있는 상황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난번 모 업체의 경우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업체의 말만 믿고 있다가 뒷통수를 맞는 상황이 다시 발생되지 않도록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하여 대안을 준비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오는 6월 케이블카 결정과 내년으로 다가온 세계전통의약엑스포도 자만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이제까지 해 온 것처럼 만큼만 준비한다면 완연한 봄기운은 산청군을 감싸 안을 것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은 왔지만 아직 완전한 봄은 오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완전한 봄을 체감하기 위해서는‘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들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이야기 할 때 ‘황금’으로 비유하고들 한다. 하지만 그 황금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지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 힘에 부치는 일들을 욕심을 내려 하다가는 거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소통이다. 관(官)과 민(民)이 소통하여 합심할 때 따뜻한 봄기운이 모두를 감싸 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산청군의 모든 지역주민이 따뜻한 봄의 향기로 행복해지는 모습을 소망해 본다.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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