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빛과 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

우주의 신비스런 기운 자유롭게 작품 만들어

  • 입력 2012.04.02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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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둥근 원 주위에는 알 수 없는 다양한 형태들이 몰려있다. 흡사 우주공간에 있는 기체와 먼지가 구름 형태로 뭉쳐진 성운(星雲)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것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우주의 신비스런 기운이 감도는 박현수(45)의 추상회화다. 자유롭게 물감을 흘리고 뿌리는 드리핑으로 쌓은 뒤 단색조 물감으로 덮는다. 그리고 채색이 마르기 전 세상의 만물을 닮은 형상으로 도려낸다. 자연스러움과 절제의 미를 적절히 융합한다.
도려내기는 섬세하게 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린다. 도려낸 곳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나만의 기호를 새기자는 의도도 있고 동양과 서양, 음양의 조화 등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의 알파벳과 숫자나 한글의 자모음 형태 등 내가 봤던 것들, 느꼈던 것들, 그것들이 문화적으로 섞여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부연이다. 원 위에 떠있는 기호들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다.

현재의 작업은 2003년말 시작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떠난 여행길에서 본 조약돌이 계기가 됐다. “미국의 협곡이란 협곡은 모두 돌아다녔다”는 그는 “당시 차에서 숙식하며 일출과 일몰을 보고 대자연을 그릴 계획이었으나 어떤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여행 마지막 날 딸아이를 따라 들어간 가게에서 조약돌을 보고 현재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 신작 40여점을 걸었다.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원 형태의 작품이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

전시를 기획한 진화랑 신민 기획실장은 “박현수의 작업은 사물에 빛을 투과해 어느 정도 거리에서 관찰하면 결국 모두 원의 형태로 나타나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다”며 “그의 원은 우주의 산물들을 통틀어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회색 조의 침대가 눈에 띈다. 그 위로 빨간 색조의 침구를 펼쳐 놨다. 신 실장은 “박현수 작품의 이중성에서 영감을 받아 매치한 것”이라며 “개성 넘치는 에너지 표출을 원하면서도 그만큼의 휴식 공간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침대에서 바라보는 벽에는 작가의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을 설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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