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의 개·개·개

관직 ‘구가’…이미 그 시대 개 순화 완료됐을 듯

  • 입력 2012.04.10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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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역사서인 삼국지 위서 열전 부여조에 보면 부여의 관직 명칭의 하나로 ‘구가’ 라는 말이 나온다. ‘구’란 곧 개를 말하며, 이것이 마가, 우가, 저가 등의 가축화된 동물 이름과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미 그 시대에는 개의 순화가 완료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 고구려 시대에는 개가 사냥용으로 쓰일 만큼 개발, 훈련되었다. 그 시대의 가장 유명한 유적인 무용총 벽화에 사냥을 따라나선 개의 그림이 거의 실물 크기로 그려져 있는 것만 보더라도 위의 내용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한편 한반도에 정착된 개들은 다른 여러 문화들의 전래와 마찬가지로 섬나라인 일본으로 자연스레 유입 되었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서기 530년 일본의 안무천왕 재위 시에 거래가 잦았던 백제에서 많은 사냥개를 수입해 갔고,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개들은 그 충성심이 매우 뛰어나 고마이누(고려개), 또는 가라이누(당나라개, 한국개)라고 불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신사 앞에 석상으로 만들어져 숭앙되었다고 전해진다.

삼국시대를 지나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서는 개에 관한 기록이나 문헌이 더욱 많이 등장한다. 우선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 에 따르면, 서기 680년에는 신라의 아찬 김정나가 당시 일본의 천왕인 천무에게 개를 가져와서 ‘바쳤다’고 되어있고, 그로부터 6년 뒤인 686년에는 다시 신라의 왕이 일본에 개 3마리를 보내주었다고 되어 있다.
또, 같은 일본 사서인 ‘속 일본기’에는 서기 732년 신라 사신 김장손 등이 성무천왕에게 개 한 마리를 전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때 김장손이 일본 성무천왕에게 선물한 개가 오늘날 일본에서 자랑하는 ‘재패니스 찡’이다.

그런가 하면 ‘책응원구'에는 중국 당나라의 현종 11년과 18년 (723년, 730년)에 각각 신라에서 개 한 마리를 보냈다고 나오며, ‘당서’ 에는 동왕 21년(733년)에 신라 성덕왕에게개 세 마리를 보냈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고려시대로 넘어오면 최자 보한집에 오수개 이야기가 나온다. 최자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선비, 김개인 이라고 밝혔다. 또, 김개인 개의 충절을 기려 노래를 지었는데, 이 노래가 바로 ‘고려악부’ 에 실린 견분곡, 즉 ‘개 무덤 노래’ 라고 밝히고 있다. 역사서인 ‘고려사’ 권29 충렬왕 8년 4월에는 ‘진고개의 충견이야기’도 실려 있다.
개에 관한 노래가 고려악부에 전한다는 것과 관련하여 보면 일본에도 여기에서 전래된 듯 한 흔적들이 남아 있어 흥미롭다.

이미 백제 시대 이후로 일본에는 ‘고마이누’나 ‘가라이누’ 등 한반도에 연관된 개 이름이 등장하는데, 여기에 더해 일본의 ‘고락’ 중에는 고려 때 일본으로 전해진 ‘고려견곡’ 이 있었고, 신라 때 일본으로 건너간 잡기 중에는 ‘견무’(개춤)도 있어 최근까지 전해져 왔다고 한다.
일본이 한반도에서 개를 구했다고 하는 기록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일로 되어 있다.

먼저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종 2년(1420년)에는 대마도 사람이 개를 구하러 왔으나 마침 명나라에 진공할 물건이라 거절당했고, 동왕12년(1438년)에는 대마도에 큰 개 한 마리를 하사했다고 하였으며, 문종 때에 이르러서는 일본 비후의 국지위방이 청에 의해 개 두 마리를 하사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세종 11년과 12년에 각각 명나라에 개를 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세조 14년에는 전국 각 도에 ‘진헌에 쓸 개를 많이 보내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도 남아있다.

위의 사실들로 미루어 보아 삼국시대 이후로는 이미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조정 간에는 통상의 예물로서 개가 오고 갔음을 알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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