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폭포에 홀리다 ‘산중미인’

화가 사석원, 2년 반 산·계곡 찾아다니며…

  • 입력 2012.05.10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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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미인을 만났다. 좋았다. 참 좋았다.' (산중미인 山中美人)

화가 사석원(52)은 지난 2년 반 동안 미인을 만나러 산속을 헤맸다. 등산에 취미가 없던 그도 한 번 본 산중미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폭포 연작을 위해 산과 계곡을 찾아다니다가 장쾌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폭포에 흠뻑 빠졌다.
인터넷을 뒤지며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폭포를 찾아다녔다. 답사한 폭포가 100여곳이나 된다. 화강암을 따라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를 화폭으로 옮겼다. 명폭(名瀑)이 주는 감동과 기운을 두터운 마티에르와 동양화 붓을 사용해 화면 위에 속도감 있게 펼쳐냈다.
끊임없이 '전문가급' 이야기가 쏟아진다.

"서귀포 소정방 폭포는 정방폭포보다 작다는 뜻이다. 바다로 떨어지는 독특한 폭포다", "삼척 도계에 있는 이끼폭포는 산속 깊은 곳에 있고 찾기도 어렵다. 폭포 주변이 온통 이끼로 뒤덮여 있어 매우 미끄러운 곳이다", "포천 비둘기낭폭포는 낮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비가 오면 미끄러워서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내년 이 일대가 수몰 예정지역이라 올해까지만 볼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폭포로 제주 서귀포 엉또폭포를 들었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나와 유명세를 탄 폭포로 제주도 사람 중에서도 못 본 사람들이 많다. 평상시는 건천인데 비가 50㎜ 이상 오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가 2일 정도 지나면 다시 건천으로 돌아간다. 모든 걸 삼킬 만큼 에너지가 큰 폭포"라고 설명했다.
엉또폭포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 '토끼와 폭포' '부엉이와 매화' '가을 달밤의 수탉'을 탄생시켰다.

폭포가 주는 인상에 따라 기법을 달리했다.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은 폭포, 색을 표현하고 싶은 폭포 등 다양하다. 계룡산 은선폭포는 사실적, 밀양 호박소는 추상적인 기법으로 표현했다. 금수산 용담폭포는 싸움소 같은 느낌을 줬다. 주왕산 달기폭포를 보면서 폭포의 생동감을 담고 싶어 강한 붓질로 폭포의 소리를 그렸다.
여름과 봄의 구룡폭포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담았다. "파란 부분과 노란 부분은 실제로는 화강암으로 돼 있는 부분이지만, 감정을 넣어 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백두산 장백폭포를 답사했을 때는 마침 30년 만의 홍수가 났다. 주변의 집들이 떠내려가는 등 피해가 있기도 했지만, 폭포는 제대로 봤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오련폭포는 꼭 가보라고 권한다. "설악산 신흥사에서 3.5㎞를 걸어가면 대청봉 공룡능선이 시작되는데, 초입에 천불동계곡이 있다. 천불동계곡 맨 꼭대기에 오련폭포가 있다. 정말 아름다운 폭포"라고 엄지를 세운다.
화면에 간간이 등장하는 부엉이는 작가에게 특별한 존재다. "어릴 적 외가인 포천에서 황혼녘에 커다란 수리부엉이를 봤다. 당시에는 그 부엉이가 아주 크게 느껴지면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게 됐다. 인생을 살면서 강렬하게 남아있는 경험이 사람마다 있는데, 그때 봤던 수리부엉이가 그런 경우다.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

사석원이 발품을 판 결과물들은 11일부터 6월3일까지 '산중미인'이란 제목으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걸린다. 산속의 미인으로 상징되는 폭포에 대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담은 신작 40여점이 나온다.

"폭포는 산의 심장이다. 심장이 약하게 뛰면 건강하지 않은 것처럼, 폭포도 그 소리가 웅장하지 않으면 산 전체가 건강하지 않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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