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

승인2012.05.14l수정2012.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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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상징성은 사찰과 경전과 스님이다. 부처님 열반 이후 25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부처님 법이 지구상에 남아 수 많은 인류를 구원하고 있는 것은 그분의 제자인 구도자들의 수행과 깨달음과 전법 때문이었다.

불교계가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내부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하지 못한 늑장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으나 타종교처럼 자신의 종교가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는 법은 없었다.

불교는 깨달음을 종지(宗旨)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자귀의 법등명(自歸依 法燈明)하고 법등명자귀의(法燈明 自歸依)란 가르침처럼 오직 자신을 의지하고 법을 의지하라는 불조의 교시는 억만년이 지나도 인류의 마음을 편히 쉬게 하는 안식처다.

언젠가 티베트의 망명지도자인 14대 달라이라마를 그린 쿤둔(KUNDUN)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마지막 장면은 팔만사천경을 한 눈에 보는 듯했다. 한 라마교 수행자가 달라이라마에게 의지하고자 중국에 복속된 티베트를 벗어나 히말라야의 험산준령을 넘어 스승인 달라이라마를 찾아가 그 앞에 오체투지를 하며 엎드리자 달라이라마는 그 수행자에게 “ 나를 찾아 여기까지 오는 데 무엇이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웠느냐?”라고 묻자 “제가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침략자들의 무자비한 총칼이 아니라 난폭한 그들에 대한 증오를 억제하는 게 수행자인 제게는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지 않는 것이 불교철학의 가장 심오한 경지이며 실천덕목이다. 그런데도 인간이기에 원망과 원한은 쉽게 버릴 수 없는 천적이다. 부처님 생존 시에도 부처님을 향한 외도들의 비방과 비난은 끝없이 이어졌으며 제자들 가운데도 부처님을 죽이고 교단을 정치적으로 장악하려는 무리들이 있었다. 성인의 제자라고 모두 성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내 자식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에서 유구무언(有口無言)이야말로 정답이 아닌가?

성인이라고 하는 분들에게도 고초는 뒤따랐으며 예수그리스도께서도 죄가 있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게 아니다. 그렇듯 신앙이란 누구에게 책임을 따져 묻는 게 아니라 내면의 세계를 스스로 청정하게 정화(淨化)시키는 작업일 뿐이다.

요즈음 대한불교조계종이란 불교종단의 고위승려들이 백양사 조실 수산대종사의 열반대제 전야에 벌인 도박판을 놓고 세간이 벌집 쑤신 듯 소란하다. 적당한 비판과 조언은 양약이 될 수 있으나 마치 모든 사회악은 불교의 스님들만이 저지르는 것처럼 일부 미디어 매체나 이교도들의 침소봉대가 너무 지나치다보니 오히려 역겹다.

해당 종단 역시 이번 사건은 독이 아니라 막강한 문중의 힘을 악용해 세습제나 다름없이 물목 좋은 공찰을 평생 자신의 별장이나 콘도처럼 운영하거나 재정을 독식하고 있는 치부형과 권력형 승려들을 축출함으로써 시대에 걸 맞는 불교계의 장자종단으로 환골탈태하는 과감한 개혁의 처방전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말세에서는 누가 누구를 탓할 자격이 없다. 부모도 자식을 겁간하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스승이라는 교사들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성추행을 저지르는 세상에서 누가 누구에게 돌팔매를 던질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죄를 짓고 처벌을 받는 것은 그 당사자들의 몫일뿐 지나치게 과장해 불교종단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악플은 빈대 몇 마리 잡기위해 초가삼간에 불 지르는 행위다. 타인의 잘못을 지나치게 탓하는 것보다 나쁜 선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삶의 자양분이나 인생의 바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인간이란 자기 자신도 속이는 동물이 아닌가?

그런지, 영화 ‘쿤둔’에서 수행자가 던진 한 마디가 천 번의 법문을 듣는 것보다 필자를 감동케 했다. 머잖아 ‘거룩한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온다. 수승한 복과 공덕이란 호화로운 연등이나 고가의 지전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신심이 돈독한 빈자의 일등이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이번 2556년 성탄절인 부처님 오신 날은 소수의 저질 정치승려들과 참 나쁜 스님들의 행위를 반면교사 삼아 더욱 성대하게 치러지는 참회의 날이 되길 합장해 본다.

/ 상임논설위원김순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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