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칼럼] 도둑 집합소 국회부터 화학적거세 시켜야

  • 입력 2012.09.10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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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2012년엔 시간 당 4580원, 2013년엔 4860원으로 인상했다. 최저임금법 10조 1항에 근거를 둔 인상률이 280원이다. 그런데 국민의 봉사자요 희생양을 자처하는 19대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16%나 올라 1억3796만원이란다. 이것도 국민들이 알까 쉬쉬 하며 전국회의장인 박희태가 도둑국회의 수장답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들과 오랜만에 보기 드문 상생의 묘를 보여준 아름다운(?) 합종연횡이었다.

그런데 이 합종연횡에선 썩은 악취가 풍긴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국리민복을 위한 첨예한 토론과 격돌의 장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국민의 행복지수를 상승시키는 대승적 합종연횡이 아니라 국민을 속이고 동료국회의원들까지도 급료를 받고서야 알 정도로 교묘하게 예비비에 몰래 끼워 넣은 것이다.

연중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의 봉급도 연 5.6% 인상을 넘은 적이 없었고 근로자의 임금은 고작 1.3% 에 불과하다. 이런 인간들이 국정과 국법을 좌우지하는 대한민국의 선량들이라면 국회는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 그동안 언론이 이 문제를 들쑤셔 수면 위로 올릴 때까지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진보계열의 정당에서조차 발설하지 못한 것을 보면 곗돈 탈 때의 기분처럼 배시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폐를 세고 있었겠지.

사기(史記)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은 한나라 무제 때의 논객으로 태사령이란 벼슬에 있을 때 황제의 눈 밖에 난 장수 이능(李陵의 禍)을 변호하다 그 역시 황제의 분노를 사 거세당하는 궁형(宮刑)에 처해졌다. 지구상 최고의 역사서이자 문학서로 손꼽히는 사마천의 130여 권에 달하는 저술은 증오와 고통을 잊기 위해 감춰진 역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앙갚음에서 나온 역작이라고 사가들은 평한다.

사마천은 올바른 직언과 직필을 했는데도 형벌을 당한 자신의 처지를 빗대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천도시비(天道是非)라는 화두(話頭)를 세상에 던져 해답을 물었다. “흔히 하늘은 사사로운 정(情)이 없으며 이 말대로 한다면 선한 사람은 항상 복을 받고 악한 자만이 화를 당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은 것은 하늘이 거짓을 행하고 있는 것인가?”

사마천은 역사 속에서 올바르게 살았으면서도 억울하게 죽거나 화를 입은 사례들을 열거하며 던진 마지막 던진 질문이 “과연 천도(天道)는 시(是)냐, 비(非)냐? 라는 피맺힌 절규였다. 저널이나 칼럼니스트에게도 “직필(直筆)은 사람이 죽이고 곡필(曲筆)은 하늘이 죽인다.” 라는 화두가 뒤따른다. 정론직필은 언제나 수난을 겪지만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곡필은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나 실세에 부화뇌동한 그들에겐 부귀영화가 따르니 그 역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큰 도둑놈들이 횡횡하는 건 추종하는 무리들 중에 직필이나 직언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과 상통한다. 믿음이 없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국리민복을 위한다고 설치고 대선경쟁의 후보군으로 설치는 판이니 머잖아 이런 자들에 의해 눈뜨고 나라가 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은 맥수지탄(麥秀之嘆)의 탄식만 흘린다.

학문에만 전념했던 순수한 학자가 억지로 떠밀려 정치권의 아이콘으로 깜짝 부각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비록 그가 부귀공명과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가 되기에 스스로 부족하다며 사양해도 과반수에 가까운 국민들이 그가 국정의 리더로 컴백을 외치는 함성은 도둑놈들에게 난도질당한 세상을 그 사람이라면 바로잡아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허균의 소설 속의 주인공인 홍길동과 소설 춘향전에 나오는 주인공 이몽룡이 실제 인물이 아님을 알면서도 민초들이 그런 세상, 그런 인물이 나타나기를 염원하는 것은 세상이 온통 도둑놈들에게 점령당했다는 분노와 좌절 때문인 것처럼.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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