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 ‘세대 공략’이 당락 결정

2012 대선 ‘세대충돌’ 양상…젊은 층·부모세대 ‘대결’

  • 입력 2012.09.26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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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2년 대선에서 “이젠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를 외쳐 ‘아버지 부시’를 누르고 승리했지만, 18대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한국에선 특정 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대체돼 대통령이 되고자 뛰고 있는 각 후보들에게 던져지고 있다.

2012 대선은 일찌감치 ‘세대충돌’ 양상으로 전개된다는 것이 예고됐다. 2040대 5060의 대결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즉,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젊은 층과 이들의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이상 세대의 대결이다.

대체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이 큰 것이 특징인 2040 세대는 전체 유권자의 61%에 육박한다. 지난 4·11 총선 때 총 유권자 4018만5119명 가운데 20대(만 19세 포함)가 18.4%, 30대가 20.4%, 40대가 22.0%로 2040 전체는 60.8%에 달한다. 따라서 수적으로 비중이 큰 이들이 어느 후보를 밀어주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명실상부하게 한국 정치에 핵으로 등장한 2040 세대. 그들의 ‘정치동맹’ 형성 과정과 성향, 문화적 특성을 조명한다.
‘2040세대’라는 세대 구분이 등장한 지는 불과 1년이 채 안 된다. 지난해 10월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킨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등장했다.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올해 들어 널리 회자되면서 일반적인 정치사회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
직전까지는 ‘2030세대’라는 말이 일반명사처럼 통용됐다. 20대와 30대의 ‘20년 지기’의 젊은 유권자를 하나의 정치적 동일체로 인정해 왔다. 여기에 40대가 동참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경우이다.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바꾼 386세대 전체의 나이가 40대에 완전히 진입한 것과 관련이 있다.

◇‘2030’이 40대 연령대로 진화
386세대는 60년대에 출생해 80년대 학번으로 대학에 들어와 전두환 노태우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세대라는 특별한 정치적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우리가 20대 때 독재정권과 투쟁해 국가의 틀을 바꿨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개혁적인 역량을 발휘해 사회 각 분야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때 마침 획기적인 성능개선을 이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386(운영체제) 컴퓨터가 등장하자 이에 비유해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이라는 말을 묶어 386세대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2010년에는 모두가 40대 중년에 접어들었다. 60년생이 50살, 69년생이 41살이 됐다. 올해는 386세대가 52살에서 43살이다. 나이로는 386이 아니라 486 또는 586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윈스턴 처칠은 “만일 20대 때 좌파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40대에 보수주의자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젊은 피가 끓는 20대에는 개혁과 진보를 외치는 좌파이념의 열병을 앓지만, 이들도 40대가 되면 대개 보수화 되고, 젊은 시절의 패기와 개혁 의지는 시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의 386세대는 그렇지 않았다. 20대·30대와 마찬가지의 진보적 개혁성 마인드를 보전해왔다.
세대균열, 세대충돌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한국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2년 16대 대선 때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가져온 이때의 세대충돌은 개혁성향의 20대와 30대가 노무현을 지지했고, 50대 이상은 이회창을 주로 찍었다. 40대는 양대 세력 가운데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형태였다. 당시 20대 30대 40대는 각각 59.0%, 59.3%, 48.1%가 노무현을 지지했고, 이회창 지지는 34.9%, 34.2%, 47.9%였다.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57.9%와 63.5%가 이회창을 지지했고, 노무현 지지는 40.1%와 34.9%에 지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40대와 2030세대까지 이명박에게 표를 몰아줘 세대충돌 현상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의 지지후보가 확연하게 달라진 세대충돌이 다시 나타났다. 이때는 40대까지 20대 30대와 완전히 동조화되는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선거 기획가 김현석씨는 “세대충돌 현상이 부활하게 된 이유는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으로 믿었던 이명박 정권이 일자리 창출은 커녕 ‘고소영’ ‘강부자’식 인사와 재벌 위주 경제정책,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파문 등에 깊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6·2 지방선거가 치러진 2010년은 절묘하게도 386세대가 40대 연령에 진입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이 선거에서 40대는 2030과 함께 이명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데 동조한 양상을 보여 이때부터 2040이란 용어가 등장한 것이다.
당시 방송3사의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40대의 절반 이상(53.9~60.7%)이 야권 후보를 지지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이 지자체장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던 2006년 지방선거 때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빚어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20대는 56.7~65.5%, 30대는 64.2%~70.5%가 야권후보를 지지했고, 반면에 50대는 53.8~66.5%, 60대 이상은 69.8~80.7%가 여당 후보에 표를 줬다. 전형적인 세대충돌 투표가 드러난 것이다.
세대충돌이 부활한 이유는 앞서 얘기한 대로 젊은 세대들이 MB정권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 ‘구태’ 기성 정치권에 불신·거부감
새누리당이 가장 무서워하는 세대충돌 또는 세대균열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의해 보다 더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진 그는 시장 직을 던졌고 이로 인해 벌어진 지난해 10월26일의 보궐선거는 2040세대의 표심을 하나로 묶어줬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나경원과 야권 단일후보인 진보진영 사회운동가 박원순이 맞붙은 이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1.2%, 30대는 74.7%, 40대는 63.6%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50대의 62.1%, 60대 이상에선 73.0%가 나경원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결과에 나타났듯이 한마디로 ‘게임’이 안됐다.
2040세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사회학자는 “한국사회의 보수·기득권층, 즉 구질서 세력들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비정규직 양산, 양극화 심화, 일자리 창출 외면 등 2040세대의 삶에 큰 장애를 제공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한 작태, 독점적 특혜 등이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불공정한 세력이 공정사회를 외치는데 대해 더욱 현실 정치체제에 염증을 갖게 했다고 지적한다.

정치학계에서는 현실 정치에 대한 혐오적인 정서가 한 번도 정치 참여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비정치권 인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이상적(異狀的)인 높은 지지율, 즉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40세대는 뉴미디어인 SNS(사회네트워크시스템)에 강하다. 이를 이용한 소통으로 정치적 의사를 확산시키고 동조화를 이끌어 내는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 1인 미디어로 불리는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 카톡 등은 스마트폰 등장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 SNS를 통한 투표독려 등의 행위는 2040세대 사이에 정치적 일체감을 조성하는 한편, 그 파급 속도가 광속으로 진행돼 선거결과를 마지막에 뒤집어 버리는 ‘신통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2002년 17대 대선 전날 밤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철회 선언이 오히려 젊은 층의 결속을 유도하고, 결국 노의 승리를 일궈낸 것도 2030세대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한 결집과 투표 독려덕분이었다. 또 여당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6.2 지방선거가 막판에 뒤집어진 것도 트위터 페이스북을 동원한 투표 인증샷이 일등공신이다. 지난 4월 11일 제19대 총선 때도 오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던 투표율이 트위터리언들이 투표독려에 나선 결과 최종 투표율은 18대 때보다 9.7%나 올라가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최대의 팔로어를 갖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를 비롯해 연예인 김제동 김미화 공지영 조국 등 유명 트위터리언 들이 SNS를 통한 세력화에 크게 기여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후보 당선 확률이 높아져 여당을 긴장시킨다.

현재 대선 후보들은 2040 세대의 선택이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공약개발은 물론, SNS에서의 소통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앞으로 두 달여 남은 대선에서 2040 세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비정치인에 열광하는 ‘안철수 현상’을 지속할지, 안정감 있는 기성 정치인을 지지하게 될 것인지 자못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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