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봉 칼럼] 67주년 경찰의 날에 부쳐

  • 입력 2012.10.22 00:0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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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었다. 경찰은 사회질서를 지키는 첨병이며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울타리다. 그런데도 경찰의 날이 국민적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소수 정치 경찰의 농단과 경찰이기를 포기한 일부 사이비 경찰 때문에 전체 경찰이 진 멍에는 너무 무겁다.

어떤 말 같지 않은 변명을 늘어놔도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할 일부 경찰의 총부리가 국민을 향하는 불행한 일은 없었어야 함에도 이 나라 역사 속에는 조직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경찰의 국민을 향한 잔혹사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쁜 사람이 왜 군인들과 경찰 뿐이냐고? 그 항변에는 아니라고 대답하는 게 정답이다. 참 나쁜 인간들은 경찰 뿐 아니라 일반 공무원 중에도 있고 전체 프로수로 따지면 일반 국민의 범죄율이 소수 경찰보다 수백 배 수천 배 더 많다.

그런데도 유독 경찰의 범죄행위나 공권력의 남용에 국민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건 그들이 언제나 무고한 국민을 옥죌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경찰에 대한 비난보다 고마움을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여론조사를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 만일 우리 사회에 경찰이 없다면 나라 전체의 보안등이 꺼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처럼 국가와 사회의 보안등이 바로 경찰이다. 하나만 꺼져도 그 지역에 어둠이 깔리고 범죄의 사각지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 경찰의 잘못에도 국민적 비난과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지 그 같은 비난과 비판과는 별개로 국민들은 범죄의 현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의무를 다하는 경찰을 사랑하고 그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잠자는 시각이나 국민 모두가 쉬는 공휴일에 오히려 가장 눈을 부릅뜨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들의 아르고스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찰서나 파출소는 국민의 불만을 푸는 곳이 아니라 고생하는 그분들에게 빵이나 음료수라도 전달해주는 국민들이 늘어난다면 경찰의 사기와 국민 사랑도 더 짙게 우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 야간 순찰 비행 중 제주 인근에서 추락한 4명의 해양경찰이나 조폭이나 절도범이나 강도범들의 칼에 찔리거나 과로로 순직한 경찰들, 영해를 침범한 대다수 중국 어선들의 무자비한 테러에 순직한 해양경찰들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가슴이 아파오는 통증을 느낀다.

지난해 3월 17일에 치러진 4명의 헬기사고 순직자 중 고 이유진 경장(여·28·순직 당시 순경)은 창원지역 내에 상주한 성보사찰인 웅동 성흥사에서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49재가 치러졌고 필자는 내 딸보다 어린 그녀의 순직이 안타까워 재에 참석해 함께 그녀의 정토환생을 함께 빌어주었다. 그 인연으로 이 경장의 부모와는 지금도 지기처럼 지내고 올 봄에는 이 경장 오빠의 결혼식에도 축하를 해줄 정도로 좋은 인연을 맺고 산다.

필자 역시 소수 경찰의 비위나 부조리에는 누구보다 서슬이 시퍼런 필검을 들이댄 장본인이다. 천안함 폭침 후 전사한 유족들의 울부짖는 애통함을 동물에 비유한 전 경찰청장을 동물로 몰아붙였고, 전 모 지역 경찰서장의 특정 종교 비하발언에는 팔을 걷어붙이고 논리의 부당함을 지적했으며, 일과시간에 민생치안을 제쳐두고 숨어서 오너들을 겨냥하는 투망식 단속에는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도둑고양이 같은 경찰’이라며 냉소적 칼럼을 쓴 적도 있다.

허나 자식을 때리는 부모 마음이 매 맞는 자식보다 덜 아프랴? 경찰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전체 경찰관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격려와, 국민들의 사랑이 담긴 뼈아픈 충고와 비판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 더 튼튼한 국민의 지팡이와 지킴이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을 예순일곱 돌을 맞는 경찰의 날에 부쳐 넌지시 다시 전한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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