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軍은 항재전장 의식 살아 있어야

  • 입력 2012.10.23 00:00
  • 기자명 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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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軍)의 기강 해이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 귀순 병사가 2km의 휴전산을 넘고 다시 남방한계선을 넘어와 우리군의 경비대까지 와도 모르고 문을 3번이나 똑똑똑 두드려도 모르고 문을 열고 들어가 “나는 귀순하려 왔습니다” 한 후에야 북한 귀순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세계 어디에 이런 군대가 또 있는지 모르겠다. 천지가 분노하고 국민이 통탄할 일이다. 어쩌다가 대한민국 군대가 이렇게 썩었는지 황당하기만 하다. 썩어도 너무 많이 썩었다. 이런 군대로 적화통일 사상으로 똘똘 뭉친 100만 대군을 가진 북한군과 싸우겠다니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서쪽 경비대만 썩은 것이 아니라 동쪽 경비대도 썩었다.
북한 군인이 동부전선 철책을 넘어와 우리 군(軍) GOP 장병들의 내무반을 두드리고 생활반 문을 두드려 귀순했다는 것은 아예 경계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최전방 경비대는 최첨단 편의시설을 갖춘 병영에서 생활한다.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 위성 TV 수신기가 연결된 대형 평면 TV, 건조기능을 겸한 드럼세탁기, 노래방 기계를 갖춘 PC방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국방부는 전군의 생활관(내무반) 침상도 침대형이다.

또한 군대에서 ‘일병 홍길동’이라고 소리치는 관등성명 복창도 없고 간부나 선임병이 찾아도 ‘예’하고 대답만 하면 된다고 한다. 생활관 청소도 선임병 후임병 구분없이 돌아가면서 하고 ‘열중 쉬엇! 차렷!’하는 집합도 사라졌고 선임병들이 새로 전입해 온 신병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洗足式)을 하고 첫 휴가 나가는 후임병의 군화를 반짝반짝 광이 나도록 닦아 준다고 한다. 이런 군대가 대한민국 말고 다른나라에 또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건 군대가 아니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학교 다니는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는 학부모에 빗대 군에 간 자식을 챙기는 ‘군부모’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하니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구나 싶다. 병사들은 천안함 사건이 무엇인지 모르고 무관심한 모양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일어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군(軍)의 기강이 풀빵처럼 되어 버렸는지 참으로 황당하기만 하다. 군인은 누구에게나 항재전장(恒在戰場) 의식이 살아 있어야 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전쟁 상황을 상상하고 각 상황에 대비하는 착안을 해야 한다.

밀림의 왕자 사자가 쥐 한 마리를 잡으려 해도 온 힘을 집중해야 잡는다. 합참의장은 움직이는 지휘소이다. 정승도 합참의장이 국정감사에서 귀순한 북한군이 우리군 경비대의 문을 노크할 때까지 몰랐던 사실을 시인한 것을 보면 합참지휘소는 썩은 나무기둥을 세워 놓은 꼴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계속 반복된다면 실수라고 볼 수가 없다. 이젠 실수라는 변명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병에서부터 부대 지휘관까지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거기에 상응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경계를 게을리 한 사병은 군법에 따라 처벌하고 부대 지휘관도 책임이 군복을 벗길 수준보다 높으면 형벌을 받아야 한다.
귀순한 북한군이 휴전선과 남방한계선을 넘어와 경비대 문을 3번이나 노크 하도록 몰랐다는 것은 천안함 사태처럼 또 한번 당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만일 그 북한군이 수류탄을 쥐고 와서 경비대 문을 열고 던졌다고 상상해 보라! 이 얼마나 통곡할 노릇이란 말인가. 이런 일을 두고 정승조 합참의장이 그대로 자리에 눌러 앉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당연히 군복을 벗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체적으로 군(軍)은 재 창조돼야 할 것이다. 전투개념이 달라지고 군인정신이 달라지도록 완전히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새로운 시각을 가진 항재전장(抗在戰場) 의식이 투철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군(軍)의 기강 해이는 귀순한 북한군을 몰랐던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군사정보를 빼내고, 군수품 납품업자와 결탁해 뇌물을 받고, 여간첩과 동거하는 장교가 있고, 개발중인 최첨단 전투무기 기술도 빼낸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 사망 후 북한군의 기강도 해이해져 있다. 더구나 열악한 군생활에 환멸을 느껴 남쪽으로 귀순하는 북한 병사의 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우리 군의 나태해진 실태를 알고 이 틈을 노려 귀순을 가장한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군(軍)의 전체적인 재무장 결의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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