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미소는 삭막한 세상을 정화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거나 품에 안고 고즈넉이 달래는 엄마의 미소는 인간의 성장판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비록 피가 흐르지는 않고 온기가 느껴지지는 않아도 미륵반가사유상이나 성모마리아의 입상 앞에 서면 우리는 착한 중생이나 순종하는 신의 자식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모든 미소가 상대에게 평화를 주는 건 아니다. 조롱하는 미소, 살기가 번득이는 미소는 오히려 분노를 유발시키는 다툼의 씨앗이 된다. 복을 짓는 방법 가운데 가난하고 재물이 없어도 덕과 복과 공덕을 쌓는 일곱 가지 방법을 일러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서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자세를 화안보시(和顔布施)라 하여 으뜸으로 친다. 따뜻하고 정다운
창원시의 새야구장 건립 계획안이 정부의 제3차 지방재정 투·융자심사위원회에서 승인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할 것이다. 새야구장 건립 위치를 두고 KBO·NC와 창원시의 극한 대립속에 상호 주장의 갈등이 깊어가면서 안전행정부 투·융자심사의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염려가 팽배했으나 심사를 통과 하면서 국비 확보에 파란불이 켜졌다. 창원시가 추진하는 새야구장은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부지 8만8000㎡에 최첨단 야구장으로 조성돼 창원시가 연고지인 ‘NC다이노스 프로야구단’의 홈구장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건립될 새야구장은 안전행정부의 제3차 지방재정 투·융자심사에서 규모는 고정석 1만8000석에 잔디좌석 4000석 등 2만2000석으로 정부의 조정 조건을 충족하면서 조건부 통과됐다. 하여 이쯤에
약속이란 한 인간의 인격과 품격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가늠자와 같다. 우리는 흔히 주변에서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성(性)을 갈겠다거나, 손에 장을 지지겠다.” 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필자가 칠순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약속 불이행을 지키기 위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을 바꾸거나 인두로 손을 지져 병원에 입원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우리가 미개한 구시대라고 폄하하는 2천여년 전에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상황은 국민들, 특히 약자나 소외계층들은 믿음이 없는 세상, 약속이 없는 땅에서 유배형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법가사상의 태두로 역사에 오르내리는 ‘공손앙’은 나무 막대기를 대궐 문밖에 세워놓고 그 나무를
진해의 상징인 해군작전사령부(이하 해작사)가 부산으로 옮기고 난 뒤의 진해는 순식간에 유령도시로 변했다. 해방 전에는 일본의 해군기지로, 해방 이후에는 대한민국 해군 1번가로 자존심을 지켜온 진해시민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두 배였다. 군사지역의 특성상 안보가 우선 순위였기에 창원이나 마산시민들과는 달리 진해시민들은 수많은 불편을 감내하며 묵묵하게 살아왔다. 마진검문소나 안민검문소, 용원검문소를 거쳐 시 내부나 외부로 출입하는데도 신분증제시를 요구하는 군경들의 검문 때문에 잔뜩 주눅이 들어야 했고 바다가 보이는 곳은 통제구역이라며 군사그린벨트로 묶어놓고, 2층 이상 건물을 신축하려해도 해군통제부사령부(현 진해기지사령부)의 허가가 시청 허가보다 우선순위였다. 국법위에 군사보안법이 상위에 있었고 재산권행사조차 제대
유네스코 세계문화재로 등재된 ‘팔만대장경 축제’가 합천 해인사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9월27일부터 11월30일까지 개최되는 ‘2013년 대경경 세계문화축전’은 불교종단이 보존하는 국가문화재에 대한 컬렉션이 아니라 작금의 이합집산으로 실종된 애국심은 물론 풍비박산 난 민심과 넘쳐난 상식아래 묻혀 신음하는 진정한 삶의 진리를 들춰내 국가와 사회, 국민들을 하나로 다시 결집시키는 평화와 상생, 그리고 평등과 나눔을 권하는 메시지로 본다. 고려대장경은 외침의 종식을 갈망했던 민족의 비원이 창출해 낸 부처님 사후 2대 결집이나 다름없었다. 간행된 그 시대의 세계사는 몽골이 서화와 남송은 물론 거란까지 궤멸시키고 당시 북방의 맹주였던 금나라는 물론 바그다드가 있는 아라비아 반도까지 세력을 확장해 전 아시아가
커튼콜(curtain call)이란 무대 위의 주역들에게 감동한 관객들이 일어나 환호하며 박수를 치면 주연이나 주역들이 다시 무대로 나와 인사하는 것을 말한다. 며칠 전에는 국민스포츠 스타인 류현진 선수가 소속된 LA다저스 팀의 ‘후안 유리베’선수가 3연타석 홈런을 날리자 5만여 관중이 일어나 기립박수로 환호했고 유리베는 커튼콜로 화답했다. 이처럼 커튼콜이란 무대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인류와 국가는 물론 사회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게도 커튼콜은 뒤따른다. 얼마 전 베트남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시대의 주적인 호치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의 묘소에 헌화하고 자택까지 방문해 베트남 국민들과 정치지도자들의 커튼콜을 받았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 어제의 적을 오늘은 껴안고 포옹하면서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참담했던 민족잔혹사를 손꼽으라면 임진·정유재란이다. 1592년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쳐 왜국 일본이 조선을 침범해 살상한 인명의 숫자는 영남지역에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참혹한 참상을 거론해 뭣하랴. 어디 그것뿐인가. 진주성 전투에서 왜구들이 저지른 만행은 일부 기생들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철저하게 확인사살을 할 정도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왜구들이 우리 바로 지척 아래쪽에서 반성은커녕 근래는 그 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주 남강의 강물 한 방울과 진주의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호국의 얼이 깃든 것이기에 나라 위해 산화한 저 호국장졸들과, 의병들과, 백성들을 생각하면 이 염천의 더위에도
아카시아 향이 창호지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스며오는 것을 느끼는가 싶었는데 성큼 7월이 내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지루한 장맛비와 열대야가 일상을 짜증나게 하는 계절이다. 아열대로 변한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는 서민들에게만 해당될 뿐 불량부품으로 원전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한수원산하의 임직원들이 급료를 동결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부정부패의 책임은 정부 감독부처와 한전과 한수원에 있는데도 자신들 범죄와 감독소홀을 만회하기 위해 국민들의 가정용전기료를 다단계로 인상해 고혈을 짜고 있는 정부와 한국전력의 악랄한 수법이야말로 가렴주구와 다들 게 없는 악정이다. 서민들에게 유일한 지옥의 동아줄인 국민연금의 금년도 인상율이 고작 3% 미만이라는 사실을 등 따시고 배부른 국회의원이나
오는 5월 17일은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인 성탄절이다. 그런데도 나라 안팎이 검증되지 않은 한 전직 세도가로 인한 구설수에 휩싸여 전란처럼 아우성이다. 진실이 실종된 세상에서 진실이라며 우기는 그 자체가 최고의 위선이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 현지에서의 행동에 대해 법치국가에서 법보다 언론이 앞장서 여론을 부추겨 윤 전 대변인을 성격파탄자나 성추행범으로 몰고 가는 것보다 더 개탄스러웠던 것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서로 물고 뜯는 진실공방전이었다. 선덕여왕 이후 천여년 만에 남성우월주의라는 두터운 벽을 깨고 여제(女帝)로 등극한 박근혜 대통령은 비록 인간의 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개운치 못한 인사로 홍역을 치렀지만 북의 공갈 앞에
생일은 자신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날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생일은 나라는 존재를 무정물에서 유정물로 변화시켜 하나의 소우주로 탄생시킨 날이기도 하지만 어둠 속에서 헤매던 영혼을 실체하는 인격체로 세상 밖으로 인도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날이 생일의 의미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진정한 생일의 의미는 자신을 위하는 축제가 아니라 부모님께 두 손 모아 엎드려 감사하는 날이 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그러므로 경남연합일보의 부모님은 도민과 독자 분들인 만큼 사내 모든 임직원들은 도민과 독자 분들에게 엎드려 감사의 큰 절을 올립니다. 자식을 낳아 키워본 부모들이 가장 힘든 세월은 낳아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기간이 가장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
도민 여러분! 경남연합일보가 창간 7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경남연합일보는 ‘중도(中道) 지향(志向)’의 모티브로 330만 도민들의 신뢰를 담보로 명실공이 정통지방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비상(飛上)하고 있습니다. 경남연합일보는 창간 7주년을 계기로 제2의 창간이란 정신무장과 함께 분골쇄신(粉骨碎身)으로 330만 도민들의 눈과 귀가되어 ‘정론직필(正論直筆)’에 매진하겠습니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국가미래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남연합일보는 이러한 정보가 경남도민들과 끊임없이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여론이 형성됨으로써 새 정부의 정책도 곧 경남도민의 것이 될
홍준표 경남지사의 이력은 다채롭고 호화롭다. 검사출신으로 공당의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을 지냈고 잠깐 숨고르기를 하더니 곡예단의 마술사처럼 단숨에 경남도백으로 금의환향 했다. 김두관 전 지사 2년 동안 머리와 몸통이 따로 분리된 경남도정은 한마디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난장판이었다. 보궐선거에서 도민들이 압도적으로 홍 지사를 선택한 것은 그가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경륜을 기초부터 익힌 목민관으로서의 자질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도민들은 홍 지사를 정치인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도민의 심부름꾼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 그를 지지한 것뿐이다. 그렇다면 그가 행동으로 옮겨야 할 우선순위의 도정은 약자와 소외되고 병든 이들을 위한 선정이어야 했음에도 지금 홍 지사는 목민관이 아니라 단순 정치기능공 홍준표
억지춘향이처럼 통합시라는 맨홀에 빠져 허우적대는 몰골이 진해라면 지나친 표현인지 모르겠다. 진해는 해방 이전부터 일본의 해군기지였고 해방 후에도 한국해군의 실질적인 보루였다. 그처럼 진해는 특정지역이라는 군사그린벨트에 묶인 고립된 도시였고 일부 군 단위에도 존재하는 대학 하나도 없는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진해구민들은 통제에 익숙했고 이 충무공의 호국정신이 시민의 버팀목이었다고 할 정도로 안보와 애국에 자긍심을 가진 시민들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진해의 상징인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마저 부산으로 이전하고 난 뒤의 진해는 벌거숭이나 다를 게 없는 황폐한 도시로 변해버렸다. 해작사가 존재하던 시절의 서부는 진해의 중심이었으나 해작사가 떠난 뒤의 서부 상권은 글자그대로 무인지경이라는 고사가 어
어느 사회나 국가가 올곧게 성장하려면 예나 지금이나 사심을 버리고 대의명분을 지키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잃고 방황할 때 조국의 장래를 깊이 생각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분들은 나침판과 다를 바 없다. 일제강점기의 김구 선생이나 유신시대의 함석헌 선생, 종교인이지만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스님은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주신 분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창원만큼 자랑스러운 도시도 드물다. 근대사에서 민주주의의 횃불이 처음 타오른 곳이 창원이며 그 중심에는 구암동 민주열사묘지에 안장된 3·15 의사(義士)들의 거룩한 순교와 김주열 열사의 장렬한 죽음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민주주의의 횃불로 불타고 있다. 부마항쟁에서 순교하고 다친 분들에게 국가가 국가유공자로 대우하는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실로 5
국기는 그 민족의 국격이며 존엄한 상징이자 자화상이나 다를 게 없다. 근래 국가기념일인데도 국기가 뜸하게 걸리는 이유는 뭘까? 이토록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앗아간 주범은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국가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적과의 동침을 평화라는 미사여구로 꼬드기는 반애국적 정서를 부채질한 때문이다. 작년 3.1 절에도 동사무소 스피커가 목이 쉬게 부르짖고 다세대주택의 관리소의 반복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기는 채 절반도 걸리지 않았다. 3.1절은 유관순 열사만을 기리는 날이 아니라 주권회복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버려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저 숭고한 호국장졸과 애국지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날임에도 국가기념일은 언제부턴가 먹고 마시고 쉬는 공휴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천 년
“공무원은 돈이 없으면 진급을 못 합니다. 능력은 필요 없습니다. 선거 때 쓴 돈을 벌어야지요.” 어느 한적한 시골 공무원의 한숨과 함께 나온 넋두리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돈이 없어 진급을 못했다는 이 공무원은 “4년에 한번하는 선거에서 수십억원이 들어가는데 선거비용으로 지출된 자금은 4년만에 회수하고 다음선거 비용까지 마련해야 한다. 단체장들의 연봉이 얼마인지를 아느냐 연봉으로 선거비용이 되겠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은 왜 일까?. 요즘 참으로 개탄스럽게도 선출직 단체장들의 인사비리가 연일 신문지면을 매우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부(阿附) 없이 묵묵히 일만하는 공무원들의 비애(悲哀)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돈 없고 줄(지자체장 등)없는 시골 공무원의 하소연을 들었을 뿐인데, 씁쓸한 기
오는 25일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슬로건으로 야권 단일화를 물리치고 정권을 잡았다. 제18대 박근혜 정부의 국회 인사 청문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새 정부의 조각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까다로운 국회 청문회법을 실질적으로 도입한 것이 박근혜 당선인과 대표로 있던 시절의 옛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정면돌파’ 이외는 대책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오는 25일 대통령 취임으로 우리나라 제18대 대통령이 될 박 당선인에게 많은 것이 아닌 한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원칙을 근본으로 생각하며, 크던 작던 같은 기회를 부여해온 당선인의 철학을 믿으면서 만국민이 법(法) 앞에 평등(平等)해 지기를 요구한다. 하여 지난 200
조선역사의 대외근대사 중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인물이 있다면 청대 말기의 권신인 이홍장을 빼놓을 수 없다. 나폴레옹이 유배지에서 죽어간 1823년 격동기에 태어나 청대의 정치, 군사, 외교를 쥐락펴락했던 그였지만 생전에나 사후에 그를 따라다녔던 대학사, 총리아무대신, 북양대신, 직예총독 등 화려한 관직에 비해 거대한 중국을 세계 속의 중화(中華)로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할 일은 많은데 세상은 넓고, 갈 길은 먼데 해는 짧았다, 라는 자탄의 넋두리로 삶을 마감한 이홍장은 구시대적인 관습에 절어 3천 년 간의 긴 잠에 든 중국을 깨우지는 못했다. 중국이 열강으로 신분상승을 하려면 중국인 스스로가 달라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수없이 역설하며 새로운 정치 즉 변법유신(變法維新)을 주장하며 군비증강과 양무
2012년 임진년은 십이지(十二支)에서 용을 뜻하며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사자성어로 한 해를 점쳤다, 거세개탁이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흐려있다, 라는 비판적 뜻이었다면 새해 2013년 계사년의 사자성어는 제구포신(除舊布新)으로 묵은 것은 물러가고 새로운 기상이 도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춘추좌씨전 소공 17년조에 나오는 대목으로 불길함은 곧 희망을 주는 전조(前兆)라는 얘기다. 금년 한 해는 임진왜란이 일어났던 동시대처럼 특정계층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피폐했으며 정치는 안정되지 못했다. 지나간 시절의 정치여정을 보면 국민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고 한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았다. 간혹 정치인 가운데 목숨을 버린 사람들은 자신이 지은 범죄행위에 대한 죄 값 대신 자살을 택한 사람들이지 국가와
그토록 국민대다수의 격앙된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지옥의 동아줄처럼 움켜쥔 의원연금 법안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 야가 무효화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나마 환영한다. 초선만하고 물러나거나 어떤 범죄행위로 단죄를 받아도 사면복권이나 공소시효만 지나면 월 120만원이란 거금의 용돈(?)을 평생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법안만큼은 여·야도 진보도 보수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어물쩍 넘기려다 신정부 개국(開國)에 옥에 티가 될 것이란 거센 국민여론에 밀려 결국 국회가 백기를 든 것 같다. 이런 도둑정치가 판치는 여의도 정치를 지켜보며 생각나는 게 있는데 목민과 청렴의 대명사로 꼽히는 반구정과 세도의 대명사로 꼽히는 압구정이다. 압구정(鴨鷗亭)은 세조 때의 반정공신으로 성종 때까지 3대에 걸